[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2분기부터 이란전쟁 장기화에 따른 연료비 부담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원전 수출 체계 개편 이후 해외 진출을 기반으로 삼아 실적 돌파구 마련에 기대를 거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 이란전쟁 장기화에 원가 상승 불가피, 김동철 원전 수출 확대 잰걸음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원전 수출 체계 개편 이후 해외 원전 시장 진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15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연료비 상승 추세에 대응할 목적에서 전원별 발전 비중 조정을 추진하면서 우선 석탄 발전량을 늘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시행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 중 석탄 가동률 제한을 80%에서 100%로 완화하면서 올해 1분기 한전 발전자회사의 석탄 발전량은 전년 동기 대비 7.7TWh(테라와트시)가량 늘었다.

이에 전력통계월보 기준 1분기 발전량 비중에서 석탄은 30%를 차지했다. 이는 2025년 1분기보다 7%포인트 확대된 수치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및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세 여파가 한전의 1분기 전력 구매 원가에는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한전은 1분기 영업이익이 개선됐음에도 전쟁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실적 및 자금 조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석탄 발전량 확대를 통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24조3985억 원, 영업이익은 3조78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 0.8% 확대됐지만 올해 실적은 1분기가 고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1분기부터 연료비 상승 조짐은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전의 1분기 연료비는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약 5조2천억 원을 기록했다. 발전자회사들의 석탄·LNG·유류 도입 단가가 각각 7.1%, 2.0%, 3.2%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 “이번 이란전쟁은 모든 원자재 가격의 동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장기구매계약이 무력화된 영향이 2분기부터는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매출의 90% 이상을 전력판매요금에 의존하고 있어 연료비 상승은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준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이 상승할 경우 SMP보다 전기요금이 낮아져 전력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연료비 급등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전례가 있는 만큼 이란전쟁 장기화로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전은 과거 역마진 여파로 1분기 말 기준 206조 원에 이르는 부채를 떠안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21년 말 기준 138조 원에서 50%가량(68조 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유재선 하나증권 “한전은 올해 분기 단위에서 영업적자 발생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중동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되는 기간에 따라 비용 부담이 추가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가 지표의 추이를 관찰할 필요가 ”고 설명했다.

한전이 전력판매요금을 인상할 여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김동철 사장의 시선은 6월 대미투자특별법 시행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원전 사업 수주로 향하고 있다.
 
한국전력 이란전쟁 장기화에 원가 상승 불가피, 김동철 원전 수출 확대 잰걸음

▲ 전력판매요금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김동철 사장의 시선은 6월 대미투자특별법 시행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원전 사업 수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은 14일 중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1차 원전수출전략협의회’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가운데)이 원전수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서에 서명한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왼쪽),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과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정부가 지난해 무역 합의에 따라 결정한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약 514조 원) 가운데 2천억 달러(약 293조 원)가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사업에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원전을 중심으로 발전량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어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체코 원전을 따낸 한국수력원자력이 196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계약으로 연간 해외수주 1위에 오른 사례를 감안하면 원전 수출 확대가 현실화하면 한전의 실적과 재무 부담 해소에도 보탬이 될 여지가 크다.

이전까지 한국수력원자력과 이원화된 수출 체계를 바꿔 앞으로 한전이 원전 수출을 주도하기로 정부 방향이 세워진 만큼 김 사장은 앞으로 미국을 비롯해 해외 원전 수주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전날 열린 2026년 제1차 원전수출전략협의회에서 김동철 사장은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원전수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정부가 신설하는 민관 합동 원전수출기획위원회에서 한전은 지분 투자를, 한수원은 건설과 운영을 각각 주도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전 관계자는 “원전 수출 체계 개편과 관련해 산업부 주관으로 용역이 진행 중이며 늦어도 6월 내 구체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미국뿐 아니라 베트남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원전 수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2016년 원전 사업을 중단한 지 9년 만인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국가 에너지 개발 정책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원전 도입 재개를 결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형원전인 닌투언 2호기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에 동행해 베트남 원전 건설과 관련해 현지 정부 및 국영기업 핵심 인사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사장은 지난 4월23일 열린 '한·베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한전은 원전 및 에너지 신기술 분야 역량을 바탕으로 베트남과 100년의 여정을 함께할 가장 믿음직한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이밖에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원전 시장 진출 모색하고 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