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쇼핑 지분을 대량 매각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벌여온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더 강력한 분쟁을 위한 현금확보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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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지분 5.5%(173만883주)를 16일 모건스탠리를 통해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주당 매각금액은 16일 종가에서 11% 할인된 22만6천 원으로 신 전 부회장은 모두 3900억 원을 마련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지분 13.45%(423만5883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 1월 이 가운데 250만5천 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이번에 담보물량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매각한 것이다.
지분 매각을 놓고 업계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최근 신동빈 회장과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불리해지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연이어 패배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이 이끄는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롯데쇼핑에서 공시를 하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릴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에 효과적으로 상대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의 종료 혹은 더 강력한 분쟁을 위한 현금확보”라고 파악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해 롯데제과 지분 매입에 나서더라도 신동빈 회장 측이 보유한 지분이 신 전 부회장 측이 보유한 지분보다 18.5%포인트 많아 격차가 크다”며 “이번 주식 매각은 형제 간 경영권 분쟁 마무리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이 오히려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신 전 부회장이 롯데쇼핑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대홍기획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제과 주식과 롯데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알미늄 주식을 매입할 경우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가 상당 부분 해소돼 지주사 전환이 오히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대홍기획은 롯데제과 지분 3.27%를 보유하고 있고 롯데케미칼은 롯데알미늄 지분 13.19%를 보유하고 있다. 둘의 지분가치는 롯데제과 지분이 시장가 기준으로 1천억 원가량, 롯데알미늄 지분이 장부가 기준으로 927억 원이다.
손 연구원은 “신 전 부회장이 담보대출을 상환하고 나머지 롯데쇼핑 지분을 전량 매도하더라도 앞으로 지주사가 보유하게 되는 롯데쇼핑 지분은 50%를 넘어설 수 있다”며 “롯데제과와 롯데알미늄 주식을 매입하면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돼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분 측면에서 가장 대등한 관계를 형성했던 회사가 롯데쇼핑”이라면서 “롯데쇼핑 지분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되면서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 중심의 지배구조개편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롯데쇼핑 주가는 17일 전날보다 6.1% 하락한 23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