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올해부터 인공지능(AI)용 회로박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전지박 생산능력을 대폭 키워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가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점찍은 AI용 회로박(HVLP)은 세계적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는 데 비해 세계적으로 AI 반도체용 회로박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한정적이어서 회사는 한동안 공급부족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AI용 회로박 공격적 증설, 김연섭 AI·ESS용 동박으로 흑자전환 정조준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올해 AI용 회로박과 ESS용 전지박 사업에 집중하며,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회사는 이와 함게 배터리용 전지박 사업은 전기차 중심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심으로 개편한다. 고성능 ESS용 전지박 사업을 강화해 이 부문에서도 실적을 빠르게 개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장기화로 악화된 실적을 AI용 회로박과 ESS용 전지박을 개선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매출 6659억 원, 영업손실 1394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작년 적자 규모는 창사 이래 최대다.

전방 사업인 전기차 시장의 불황으로 전지박 수요가 크게 감소했으며, 이로 인한 고정비 상승이 실적 저하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23년까지 70%를 상회하던 공장 가동률은 2025년 3분기 49%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전기차 시장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지박 수요의 대부분을 전기차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지박 사업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AI 반도체용 회로박을 새로운 성장 사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AI용 회로박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I용 회로박은 AI 반도체(GPU), 스위치, 라우터 등 AI 데이터센터 시스템용 핵심 부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회사 측은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가 2025년 244조7120억 원(1690억 달러)에서 2029년 667조5280억 원(4610억 달러)로 연간 29% 이상 고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4년 연간 1800톤 생산 규모의 AI용 회로박 생산설비를 도입했으며, 지난해 이를 연 3300톤까지 늘렸다. 2024년에는 업계 최초로 AI용 4세대 회로박 생산에 성공했으며, 엔비디아의 성능 검사도 통과했다. 회사의 AI용 회로박은 두산 전자BG(비즈니스그룹)를 통해 엔비디아 GPU용으로 공급되고 있다.

지금까지 회로박 시장은 일본 미쓰이금속이 90%를 점유하고 있었으나, 빅테크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현재 회사의 생산설비 규모로는 이미 수주한 물량도 감당하기 힘든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급 물량이 대폭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비 증설이 시급한 상황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AI용 회로박 공격적 증설, 김연섭 AI·ESS용 동박으로 흑자전환 정조준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북 익산 전지박 1공장 전경.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이에 따라 회사는 전북 익산 공장의 연 2만 톤 규모 전지박 생산라인을 전부 회로박 생산라인으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올해 안에 생산능력을 5500톤으로 확대하고, 2028년까지 총 1만7천 톤의 회로박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추가 증설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도 향후 예상 주문량이 연간 1만7천 톤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동박 기업들의 AI용 회로박 생산능력을 살펴봐도 세계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실제 글로벌 빅테크들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비롯한 동박 생산 기업에 AI용 회로박 생산능력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의 설비 투자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채비율을 20%대로 유지하고 있어 추가 차입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김 대표는 과잉 설비투자 대응이 자칫 실적 악화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과거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비해 말레이시아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생산시설을 구축했으나, 곧이어 찾아온 전기차 캐즘으로 실적 악화를 겪었다.

회사는 배터리용 전지박 사업은 말레이시아 공장을 중심으로 지속키로 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1~4 공장에서 ESS용 전지박을 생산하고, 올해 가동을 앞둔 5, 6공장에서는 박막, 고강도박, 후박 등 고난도 하이엔드 전지박을 생산키로 했다.

익산 공장의 전지박 생산 물량을 말레이시아 공장으로 이전하며 공장 가동률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올해 가동률 상승과 원가절감을 통한 말레이시아 공장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6월 착공한 스페인 공장도 배터리용 전지박을 생산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의 역내 조달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공장을 통해 공급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스페인에 유럽 3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과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기존 배터리용 전지박 사업 중심 구조에서 AI용 회로박으로 전환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며 “AI용 회로박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경우 가격 상승과 함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