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쿠팡 정보유출사태 계기로 온라인플랫폼법안(온플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안을 놓고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한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우리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독점 규제 부분을 제외한 채 온플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쿠팡 사태로 '온플법' 입법 여론 들끓어, 독점규제 뺀 법으로 미국 반발 뚫을까

▲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의회에서 데이브 맥코믹 상원의원과 면담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19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움직임을 종합하면 여권은 쿠팡의 개인정보유출 사태에 따른 여론 악화에 따라 온플법 제정을 통한 규제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정치권이 사실상 미국 기업인 쿠팡을 '비호'하는 움직임을 보여 이에 대한 대처에도 나섰다.  

앞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1~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주요 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 관련협회 등과 면담을 진행했다. 한국의 디지털 입법 사안에 관한 미국 측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지난해 말 한국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과 함께 현재 입법을 추진 중인 온플법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여 본부장은 이번 방미를 통해 미국 측에 해당 법안들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이지 않다는 점을 적극 설명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또 쿠팡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을 ‘미국 기업 탄압’으로 보는데 대해 이번 사안을 한미 사이 외교·통상 현안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다만 여 본부장의 이번 방미가 공화당 인사들의 발언 기조에 변화를 주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방미 뒤에도 미국 공화당 인사들 사이에서 한국 정부를 비판하며 쿠팡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 대럴 아이사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현지시각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난 사실을 전하며 “미국 기술 기업들에 대한 부당한 표적화와 쿠팡에 대한 불공정한 대우는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 기업과 미국 시민을 향한 국가 주도의 적대적 행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적었다.

같은 당 스콧 피츠제럴드 하원의원도 SNS에 “최근 정치적 동기에 따른 마녀사냥에 기반해 쿠팡의 미국인 임원들을 기소할 것을 요구한 한국 정부 조치에 경악한다”고 썼다.

쿠팡은 한국 법인 지분 100%를 미국에 상장된 모기업 쿠팡Inc가 갖고 있기 때문에 법률상 미국 기업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쿠팡 사태를 계기로 온플법 도입 여론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온플법은 크게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에 관한 법률’(독점규제법)과 입점 업체 보호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공정화법)로 나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카카오,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이들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돼 왔다. 이에 온플법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수차례 발의됐지만 정치권과 산업계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쿠팡이 일으킨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그 뒤 쿠팡이 보인 한국 시장을 무시하는 태도는 온플법 요구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중소상인·자영업자·노동자·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촉구 공동행동’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쿠팡갑질방지법’인 ‘온라인 플랫폼법’의 1월 내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쿠팡은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 최대 수혜를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온플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 출범 뒤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 정부와 의회가 잇따라 ‘미국 기업을 겨냥한다’는 우려를 나타내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에 여당은 지난해 7월을 전후해 온플법에서 미국과 통상 마찰이 있는 독점규제법은 따로 떼내 추후에 추진하고, 공정화법을 우선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었다.

독점규제법은 사전에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정해 최혜대우 강요 등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특정 기업을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방식을 미국 기업 차별 요소로 지적했다.

이를 반영해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8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공정화법)을, 같은 당의 김남근 의원은 ‘음식배달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등에 관한 법률안’(음플법)을 각각 발의했다. 
 
쿠팡 사태로 '온플법' 입법 여론 들끓어, 독점규제 뺀 법으로 미국 반발 뚫을까

▲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미국 의회에서 대럴 아이사 미국 하원의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이 의원이 발의한 공정화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던 16건의 온플법을 종합해 설계됐다. 법안은 입점업체와 중개 거래를 계약할 때 수수료 부과 기준, 정산 방식과 지급 절차·시기, 거래되는 재화의 노출 순서 기준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위반하면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연 매출액이 100억 원 이상이거나 연 거래액이 1천억 원 이상인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김 의원의 음플법안은 배달앱 중개 수수료 등을 규제하는 법안으로 연 매출 100억 원 또는 연 거래액 1천억 원 이상인 배달 플랫폼을 대상으로 영세·소규모 입점업체에 우대 수수료를 적용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미국은 차별을 명분으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자국 기업이 영향을 받는 규제 자체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공정화법안도 미국 쪽의 반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 독점규제법을 덜어낸다 해도 미국이 또 다시 문제삼을 여지가 없지 않은 것이다.다행히 음플법안은 배달 플렛폼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미국과 무관하다. 

 이와 별도로 쿠팡의 로비도 문제다. 쿠팡은 2021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뒤 미국 정관계 로비에 1075만 달러(약 160억 원)를 쏟아부었다. 이번 온플법은 미국이 자국 기업으로 인식하는 쿠팡을 주요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