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들이 스테이블코인 결제 경쟁력 선점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계속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본업 경쟁력이 약화하는 상황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생태계 진입은 카드사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스테이블코인 결제 도입을 염두에 두고 관련 기술 대응에 바삐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디지털자산 연계 하이브리드 결제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고객이 보유한 신용카드에 블록체인 기반 전자지갑 주소를 연동해 디지털자산 결제와 신용결제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결제 과정에서 전자지갑에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잔액이 우선 사용되고 잔액이 부족할 경우 신용카드 결제로 자동 전환된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에 추가되더라도 고객의 카드 사용 경험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카드를 새로 발급할 필요도 없고 기존 혜택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KB국민카드가 스테이블코인 결제 관련 특허를 출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객 편의성을 앞세운 기술로 선제 대응에 나선 셈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고객 편의성 개선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결제 수단 다변화를 준비했다”며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상황 등에 따라 관련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특허왕’으로 불리는 BC카드도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BC카드는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처리에 필요한 핵심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 고객 전자지갑에서 차감할 코인 수량을 확정하는 기술이다.
동일한 스테이블코인이라도 거래소별 상장 물량과 거래량에 따라 시세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결제 금액을 정산하기 위해 필요한 코인 수량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실시간 시세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합리적 정산 금액을 확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
BC카드는 카드 발급 및 관리 서비스, 전표 매입 등 카드결제 프로세싱 대행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국내 카드사 가운데 가장 많은 가맹점을 확보하고 여러 회원사에 결제망을 제공하고 있는데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술력이 더해지면 카드사와 가맹점을 잇는 결제 허브로서 경쟁력이 한층 강화할 수 있다.
BC카드는 “국내 유일의 지급결제 프로세싱 전문 기업으로서 블록체인 결제 인프라와 관련된 지식재산권을 선점해 디지털자산 중심의 새로운 지급결제 패러다임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차원의 연합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들은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구축된 결제 네트워크와 규제 안정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카드사가 스테이블코인 유통 시장 중심에 자리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망에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적용하는 기술적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카드사들이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배경에는 전통적 수익원의 약화가 자리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2025년 2월부터 한 차례 더 인하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연 매출 10억 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 0.1%포인트, 연 매출 10억~30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에 대해서는 0.05%포인트 낮아졌다. 2012년 적격비용 제도 도입 뒤 카드수수료율은 재산정 주기마다 빠짐없이 인하됐다.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적격비용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승인·정산비용, 마케팅비용 등을 반영해 산출된다. 카드수수료율은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과 직결돼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도입되면 새로운 사업 모델이 생기는 것은 물론 기존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던 중개 비용과 정산 수수료 등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용 효율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카드업계로서는 기대 효과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디지털자산 법제화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발의 법안을 통합한 ‘디지털자산기본법 통합안’을 조만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20일에는 당내 디지털자산 TF 소속 의원들이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국민의힘은 14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등과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소속 의원들이 기존에 발의한 법안을 바탕으로 법안을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을 올해 1분기 안에 처리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