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이 '메모리 초격차', '파운드리 부활'로 올해 영업이익 100조 원을 넘어 2027년 200조 원까지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그동안 뒤처졌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치며, '메모리 초격차'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게다가 생성형 인공지능(AI)를 넘어 피지컬 AI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삼성전자의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장기 성장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삼성전자는 2025년 4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3조 원, 영업이익 20조 원의 잠정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분기 영업이익 20조 원 달성은 한국 기업 최초로,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실적인 2018년 3분기 영업이익 17조5700억 원보다 2조4300억 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깜짝 실적'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범용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급등에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버용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최대 75%, 서버용 낸드 가격은 50%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2027년까지 지속돼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메모리 공장이 만들어져도 빠른 시일 내 대량 생산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공급 부족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의 다니엘 킴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026년,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151조 원, 217조 원으로 제시하며 "현재의 메모리 부족 현상은 2028년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증권도 최근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을 133조4천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최소 2027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반도체 '초격차 기술' 회복으로 이번 사이클에 제대로 올라타는 데 집중하고 있다.
HBM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어, 최근 2년 동안 생성형 AI 호황에 참여하지 못한 실기를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HBM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향후 범용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도, 구조적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부회장은 지난 2일 2026년 신년사를 통해 "HBM4는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HBM4는 1c(10나노 6세대) D램 공정을 선제적으로 도입, 최근 엔비디아 내부 테스트 과정에서 '최고 성능' 수준의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HBM4에 1b(10나노 5세대) 공정을 적용한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칩 '루빈' 양산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전자는 이르면 2월부터 HBM4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필요한 HBM4 물량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HBM4 매출 비중이 HBM3E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HBM4 공급망 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삼성전자 HBM 점유율은 지난해 16%에서 올해 35%로 배로 확대될 것"이라며 "HBM 출하량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112억 기가바이트(Gb), HBM4 비중은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의 6세대 HBM4와 5세대 HBM3E 실물. <연합뉴스>
휴머노이드가 요구하는 연산량은 실시간 판단, 멀티 모달 인식, 엣지에서의 독립적 동작이라는 특성상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휴머노이드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수록 메모리 반도체는 경기 순환이 아닌 플랫폼 확산에 따른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중장기 휴머노이드 출하량이 자동차급 스케일로 확산되고 로봇 1대당 엣지 컴퓨팅 평균판매단가(ASP)가 1천~2천 달러 수준으로 형성될 경우 컴퓨팅 칩 전체시장규모(TAM)는 1천억~2천억 달러 규모의 신규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보틱스 시장 성장은 삼성 파운드리 부활도 앞당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이 서비스용, 산업용, 의료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면 그에 맞는 주문형 반도체(ASIC)와 이를 제조하는 파운드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테슬라로부터 수주를 확보한 AI5, AI6 칩도 자율주행과 로봇을 위한 ASIC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2027년부터 미국 공장에서 2나노 공정으로 A16 양산에 나선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며 "최근 몇년 동안 어려움을 겪으며 분사 이야기도 나왔지만, 메모리와 파운드리 서비스를 함께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향후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반도체 호황기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 PC 등의 급격한 가격 인상을 불러온다면 이는 IT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현재 D램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낸드플래시 물량도 2분기부터는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등 주요 부품 가격 부담으로 올해 2월에 출시하는 갤럭시S26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반도체는 AI 투자가 지속돼 HBM과 DDR5 등 고부가 제품의 수출 증가세는 지속되겠지만, 기저효과와 수요 안정화로 증가폭(2025년 16.6% → 2026년 4.7%)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