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형 정유사에 '베네수엘라 인프라 투자' 압박, 실현 가능성엔 의문 커

▲ 미국 트럼프 정부가 현지 정유사들에 베네수엘라 생산 투자 확대를 본격적으로 압박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투자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이는 석유 회사들에 어려움이 큰 선택지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군사 작전을 실행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뒤 대형 정유사들에 현지 석유 인프라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산 석유 생산에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회사들이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5일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곧 미국 석유업계 경영진과 공식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등이 주도해 미국 대형 정유사들에 베네수엘라산 석유 생산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엑슨모빌과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등이 포함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기자회견에서 자국 정유사들이 베네수엘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곧바로 실행으로 옮기려 하는 셈이다.

폴리티코는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정유사들에 민관 합작 투자법인 설립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다수의 정유사들이 트럼프 정부의 베네수엘라 투자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베네수엘라에 군사 작전을 실행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한동안 정치 및 경제적 혼란이 지속되며 현지 사업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석유 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권고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요구는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주요 조사기관 및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베네수엘라산 석유 생산 활성화 목표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골드윈 글로벌스트래티지스는 CBS 뉴스에 “기업들의 시장 진출에는 안정적 사업 환경이 필수적”이라며 “현재 시점에서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매우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혼란뿐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 인프라가 매우 노후화되었기 때문에 정유사들이 시장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트럼프 대형 정유사에 '베네수엘라 인프라 투자' 압박, 실현 가능성엔 의문 커

▲ 베네수엘라에 위치한 정유설비 참고용 사진. <연합뉴스>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석유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가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투자 비용과 같은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NZ 금융그룹도 베네수엘라에서 본격적으로 석유 생산량이 늘어나는 시기가 최소한 2030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ANZ는 “통상적으로 석유 생산에 최종 투자 결정은 처음 발견 뒤 1~5년이 걸린다”며 “이후 생산에는 1~2년이 걸리지만 해상 프로젝트의 경우 기간이 7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특성상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생산량을 갖춰내려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목됐다.

원유 100만 배럴을 생산하기 위해 들이는 업계 평균 투자금은 연간 55억 달러(약 8조 원) 수준인데 베네수엘라에는 100억~300억 달러(약 14조~43조 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ANZ는 베네수엘라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요소라고 지적했다.

미국 라이스 대학의 라틴아메리카 에너지 프로그램 책임자 프란시스코 J. 모날디는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현대화에 최대 1천억 달러(약 145조 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추정치도 내놓았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도 미국 정유사들이 베네수엘라에 투자를 서두르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CNN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과거 미국의 석유 생산 인프라 자산을 몰수한 전례가 있는 만큼 미국 정유사 경영진들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현재 국제유가가 다소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불리한 요소로 꼽혔다.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을 위해 필요한 거액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석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CNN에 “석유 매장량이 많은 국가라고 해서 반드시 생산에 적합한 국가는 아니다”라며 “해외 투자에는 안정성이 반드시 확인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현실보다 정치적 목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며 “석유 생산 투자를 푸드트럭 사업을 시작하는 것처럼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