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사진)의 글로벌 50위 권 제약사 목표와 관련해 렉라자의 블록버스터 등극 여부가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글로벌 톱 50 제약사 진입’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해 온 만큼 내년 렉라자의 블록버스터(연간 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하는 대형 의약품) 등극이 그 성과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2026년부터 렉라자의 블록버스터 등극 시점이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렉라자의 글로벌 판권을 보유한 존슨앤드존슨(J&J)이 병용요법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J&J는 렉라자와 함께 사용하는 면역항암제 ‘리브리반트’의 피하주사(SC) 제형을 개발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기존 정맥주사(IV) 제형 대비 투약 시간이 크게 줄어 환자 편의성이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이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기존 1위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티그리소’와 정면 승부를 벌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병용요법의 투약 편의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처방 확대를 노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피하주사제는 기존 6시간 걸리던 정맥주사(IV) 제형 투여 기간을 5분으로 줄이고, 부작용 역시 5분의 1로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한국인 연구자 주도로 개발된 치료요법 중 처음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EGFR 변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우선권고 요법으로 지정됐다. 타그리소 기반의 단독 및 병용요법에 이어 세 번째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글로벌 비소세포폐암 시장에서 렉라자 기반 치료 옵션의 처방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목표를 분명히 해온 조욱제 사장으로서는 렉라자의 성과가 경영 성과를 평가받는 핵심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조 사장은 2021년 유한양행 사장이사에 선임된 이후 줄곧 글로벌 50위 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강조해왔다.
올해 유한양행 창립 99주년 행사에서도 조 사장은 “창립 1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1년 앞둔 지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며 “어제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다가오는 뜨거운 열정, 지속적인 혁신, 선제적 준비를 한다면 반드시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자체 개발 신약으로 연매출 10억 달러를 넘긴 블록버스터 사례는 아직 없다. 바이오시밀러까지 포함하면 2024년 셀트리온의 ‘렘시마’가 유일하다.
렉라자가 이 반열에 오른다면 유한양행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신약 보유 제약사로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다. 블록버스터 등극은 단순한 매출 성과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의미를 갖는다.
▲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존슨앤드존슨의 아미반타맙 피하주사 제형의 허가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창립 100주년을 맞는 유한양행과 조욱제 사장에게 렉라자는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주춧돌인 셈이다. 연 매출 1조 원 이상 규모의 제품이 하나만 자리 잡아도 기업 전체 매출은 단숨에 한 단계 위로 올라설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 순위(매출 기준) 역시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더욱이 블록버스터의 가치는 단순한 매출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해당 기업의 신약 개발 역량을 직관적으로 증명하는 ‘브랜드 지표’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특히 기술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유한양행으로서는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보유했다는 의미가 상업적 성공 경험이 있다는 것을 반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단순히 임상 데이터만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시장 검증을 마친 개발 역량을 입증했다는 의미다.
기술료 규모뿐만 아니라 계약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 산정에도 직접 반영된다.
시장에서도 내년 렉라자의 매출 확대와 관련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아미반타맙 피하주사 제형이 시판 허가를 받으면서 내년부터 렉라자의 미국 매출 본격화가 기대된다”며 “부작용 개선과 투약 편의성 증대에 따른 이점이 렉라자 병용에서의 매출 성장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미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이 렉라자와 병용요법 매출이 2028년 50억 달러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며 “NCCN 가이드라인에서 최선호 요법에 등재되면서 등급도 1단계 상향되며 매출 확대에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