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스틸이 4월1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브래독에 위치한 에드거 톰슨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조선업 시장을 둘러싸고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철강 산업에서도 유사한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이마이 타다시 일본제철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18일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이르면 2026년부터 운영 개선 조치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제철은 올해 6월18일 US스틸 인수를 마친 뒤 최근까지 6개월 동안 대규모 인력을 파견해 개선 사항을 파악했다. 이러한 준비 작업을 바탕으로 빠르게 US스틸 운영을 본궤도에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일본제철은 2028년까지 US스틸에 110억 달러(약 16조2600억 원)를 투자해 생산 설비를 개선하고 기술을 이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철강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을 예상한 많은 외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닛케이아시아가 지목한 외국 기업에는 포스코도 들어간다.
포스코가 이번달 16일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제철소에 지분 20% 투자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포스코는 9월17일 미국 철강기업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철강 업계는 포스코가 클리블랜드클리프스 지분을 인수해 현지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본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제강·압연 설비와 철광석 광산을 소유한 업체로 US스틸과 더불어 미국 최대 철강사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고수익 선점을 위한 해외투자의 일환으로 북미시장에서 MOU를 맺었다”며 “세부 내용은 향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닛케이아시아는 “포스코를 비롯한 한국 기업이 미국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일본제철과 US스틸을 둘러싼 경쟁 환경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포스코 협력사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의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 철강 직접환원 설비. <클리블랜드-클리프스>
미국은 세계 최대의 고부가가치 철강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미국에서 전력기기를 비롯한 철강 부품의 수요도 잠재력이 크다.
포스코는 그동안 북미에 가공 센터만 두고 철강은 포항을 비롯한 지역에서 수출해 왔는데 현대제철 투자와 현지 업체와의 협업에 기반해 경쟁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US스틸이 확보한 미국 공장으로 데이터센터용 변압기에 사용하는 전기강판 기술을 이전하고 장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가 제조업을 미국 내로 끌어오려는 이른바 ‘리쇼어링’ 정책까지 추진해 이를 계기로 포스코와 일본제철이 미국 투자에 속도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가 추진한 리쇼어링 정책은 한·일 사이 조선업 경쟁에도 불을 붙였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 정부의 조선업 부흥 정책에 호응해 투자를 늘리고 미 해군과 협업을 강화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에 미 해군 함선을 건조하거나 수리정비(MRO) 수주 경쟁을 한국과 일본이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6일자 기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은 각각 세계 2위와 3위 조선국으로 미 해군 지도부는 그들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컨대 미국 철강 시장을 둘러싼 포스코와 일본제철의 경쟁 분위기가 조선업에서처럼 무르익을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이마이 타다시 일본제철 COO는 “US스틸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은 일본제철에서 이미 달성했던 전례가 있다. 계획이 탄탄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