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고려아연 투자로 지배구조 분쟁 휘말려, "기업에 국가개입 폐해"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4년 11월13일 서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고려아연에 투자해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는 외신 논평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는 광물과 반도체 등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데 고려아연 투자로 지배구조 분쟁을 벌이는 민간 기업에 개입했다는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논평을 통해 “고려아연에 투자 결정은 민간 기업에 국가가 개입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고 바라봤다. 

앞서 고려아연은 15일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건설할 광물 제련소에 미국 전쟁부(국방부)와 투자자가 21억5천만 달러(약 3170억 원)를 공동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에 제련소 지분을 최대 34.5%까지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와 희토류 등 핵심 자원에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기조에 따라 인텔과 MP머터리얼스 등 기업에 대규모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고려아연은 최대 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와 현재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어 미국 정부의 투자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 것이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가 경영권 분쟁에서 어느 한쪽 편에 설지 미리 알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이번 투자의 가장 큰 수혜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라고 지목했다. 

고려아연과 영풍 측 경영권 다툼은 지난해 9월12일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주주 사이 계약을 체결하고 고려아연 주식에 대규모 공개매수를 추진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고려아연도 자사주 공개매수를 단행하며 영풍 측과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립도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용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고려아연이 15일에 결의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두고도 영풍 측은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로이터는 “이번 판결은 트럼프 정부에 곤란한 상황을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