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노사 성과급 갈등에 임금협상 해 넘길 듯, 노조 "구본상·신익현 경영진만 최대실적 성과 누려"

▲ LIG넥스원의 2025년도 임금 협상이 노사간 성과급에 대한 의견 차이로 길어지고 있다. 사진은 구본상 LIG 회장(왼쪽),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 < LIG넥스원 >

[비즈니스포스트] LIG넥스원 노사의 2025년 임금협상이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회사 실적이 가파르게 증가하는데도 사측이 제시한 기본금 상승폭과 성과급 규모가 경쟁 기업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구본상 LIG 회장,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 등 회사 경영진과 대주주가 이익 성과를 더 누리는 반면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또 사측이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며, PC 기반 근태관리 체계를 도입하려는 등 정부의 노동개혁과 반대로 가고 있다며, 앞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16일 LIG넥스원 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오는 17일 임금협상 16차 본교섭을 가질 예정이다.

노조는 17일 교섭에서 △포괄임금제 폐지 로드맵 제시 △PC 기반 출퇴근·근태감시 시스템 철회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 이행 등을 회사 측에 요구할 예정이다.

노조는 교섭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쟁의권을 확보를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앙노동위가 조정신청에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쟁의권을 갖게 된다.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난달 실시한 임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부결 이후, 조합원을 설득할 합리적 제시안을 내라고 사측에 요구했다”며 “17일 교섭이 전면 투쟁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양측은 올해 3월부터 성과급 지급 규모와 시점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당초 노조는 임금인상률 8%와 격려금 1000만 원 등을, 사측은 임금인상률 6%와 격려금 300만 원을 제시했다.

노사는 △기본급 6.2% 인상(성과에 따라 차등인상) △격려금 500만 원 △경영성과급 지급(2025년 영업이익 12%) 등을 뼈대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지난 11월7일 노조원 투표 결과 반대 59.68%로 부결됐다.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LIG넥스원 노조는 2025년에만 지도부를 두 차례 교체하며, 노조원 처우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대부분 국내 방산기업에서 사라진 포괄임금제가 회사에서만 ‘고정OT제’라는 이름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급여에서 손해를 보고있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회사는 포괄임금제 아래 월 24시간 이상 추가 근무를 해야 그 이상부터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는데, 최근 사측은 월 24시간 기준을 16시간으로 낮추는 대신 PC 기반 출퇴근 근태관리 시스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건물 출입 시 사원증으로 출퇴근 시간이 기록되는데, PC 앞에 앉아 있는 시간만 노동 시간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은 회의·외근·업무 구상 시간 등을 배제해 임금을 깎으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노사가 처우개선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회사 내부에서는 LIG그룹 오너일가가 실적 상승에 따른 배당금을 더 챙기며, 경영성과에 따른 과실을 직원들과 나누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사의 연간 배당금은 2023년 425억 원, 2024년 523억 원으로 약 23.1% 증가했다.

이같은 배당금 상향으로 LIG넥스원의 최대주주(지분율 37.74%)이자 오너일가 소유의 지주사 LIG로 유입된 현금은 지난해 200억 원에 육박했다. 한편 구본상 LIG 회장도 LIG넥스원 지분 0.27%에서 현금 1억4400만 원을 챙겼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2022년 임금 교섭에서 이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3·3·3·1’을 언급했다. 주주에 30%, 직원에 30%, 재투자에 30%, 법인세 등 기타에 10%를 분배한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LIG넥스원의 대주주가 그리 많지 않는데 이익의 30%를 가져간다”며 “이에 비해 당시 3천여 명이었던 직원 수는 현재 5200명이 넘었지만, 같이 30%를 나눠야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는 상반기에만 보수로 6억2100만 원을 받았는데, 같은 기간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 5억7300만 원, 이용배 현대로템 이용배 대표이사 사장 5억5500만 원, 강구영 전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 3억3900만 원(2024년 상반기) 등 경쟁사 CEO에 비해 가장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고 노조 측은 덧붙였다. 

반면 지난 3년간 임직원 임금인상률은 △2022년 6.3% △2023년 7.3% △2024년 7.0%이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LIG넥스원 노사 성과급 갈등에 임금협상 해 넘길 듯, 노조 "구본상·신익현 경영진만 최대실적 성과 누려"

▲ LIG넥스원 노동조합이 신익현 대표이사에 임금협상에 직접 나와줄 것을 요구하며 회사의 경기도 용인하우스에 내건 현수막 모습.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LIG넥스원 지회>

LIG넥스원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하며, 23조4천억 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내년 이후에도 실적 상승세가 기대된다는 게 증권가의 지배적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2025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1190억 원, 영업이익 3505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2024년보다 매출은 25.7%, 영업이익은 52.6% 각각 늘어나는 것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LIG넥스원은 2026년부터 국내 양산 사업보다 수익성이 3배 높다고 알려진 천궁2 미사일 수출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2026년 연간 영업이익률도 9.5%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곽영찬 LIG넥스원 노조 지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방산 기업은 일반 민간 기업보다 인력 이동이 한정된 직종으로, 숙련 인력 유지를 위해 동종 기업과 처우를 맞춰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포괄임금제 폐지를 시사했지만 회사는 고정OT제를 언급하며, 정부의 정책방향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