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 대표 박성현 "비엔비디아 중심 AI 주도권 쥘 것, 한국 상장 우선 검토"

▲ 추론용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은 16일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글로벌 확장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리벨리온>

[비즈니스포스트] “앞으로 5년은 밖으로 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맞더라도 글로벌에서 맞아죽자고 각오했습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16일 경기 성남 정자 오피스에서 설립 5주년을 맞아 미디어데이 ‘스케일링 글로벌리(Scaling Globally)’를 열고, 이같이 말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리벨리온은 추론용 인공지능(AI) 반도체인 NPU(신경망처리장치)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2020년 설립돼 현재 기업가치 2조 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날 박성현 대표는 지난 5년 동안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5년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한국에서 기초체력을 기르며 덩치를 키워온 만큼, 이제는 바깥으로 나가 AI 시대의 주요 플레이어로 활약하겠다”며 "우리 팀의 비전은 10년 뒤 정말로 엔비디아와 경쟁해 점유율 일부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설립 5년 만에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약 6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 시리즈A에서 KT의 지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24년 시리즈B에서는 사우디의 아람코와 싱가포르 파빌리온 캐피탈로부터, 2025년 시리즈C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영국 반도체 설계전문기업 암(Arm)의 투자를 받았다. 

리벨리온은 1세대 NPU 제품인 '아톰(ATOM)'을 성공적으로 양산해 SK텔레콤의 에이닷 통화녹음요약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해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술 자체보다 실제 엔드유저(이용자)를 가진 레퍼런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에이닷처럼 수천만 건의 요청이 오가는 대규모 라이브 서비스에 칩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2세대인 리벨쿼드(REBEL-Quad)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급 성능을 구현한 빅 칩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리벨리온의 주력 제품이다.

박 대표는 “창업 팀 모두 미국에서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였지만, 한국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잠재력을 믿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며 “5년간 가장 잘 한 일”이라고 했다. 
 
리벨리온 대표 박성현 "비엔비디아 중심 AI 주도권 쥘 것, 한국 상장 우선 검토"

▲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운데)와 마샬 초이 리벨리온 최고사업책임자(CBO). <리벨리온>

리벨리온은 향후 5년을 ‘비 엔비디아’ 중심의 새로운 AI 인프라가 형성되는 시기로 보고, 이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회사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세 국가를 중심으로 전략적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시장을 선도하는 곳으로 근본적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승부처이며, 사우디아리비아는 AI 산업에 가장 적극적인 열망을 보이는 국가 중 한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일본 역시 제조와 금융업등 산업 구조과 한국과 유사해, 회사가 확보해온 데이터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벨리온은 본격적 확장을 위해 올해 10월 마샬 초이를 최고사업책임자(CBO)로 영입했다.

마샬 초이 리벨리온 최고사업책임자(CBO)는 한 국가 내에서도 리벨리온의 제한된 리소스를 어떤 산업과 기업 고객에 투입할지 고민하며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 쥐는 덫에 걸리고 두 번째 쥐가 치즈를 얻게 된다”며 “리벨리온은 1세대 업체들의 실패로부터 배워 시장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가장 완성도 높고 준비된 제품을 제시할 것”이라 말했다. 

리벨리온은 이날 지난해부터 삼성증권과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 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한국을 상장 시장으로 선택한 이유를 두고 “규모 있는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국과 미국 시장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국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성장한 만큼, 한국 시장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글로벌에서 압도적 성과를 내야 다른 한국 기업들도 뒤따를 수 있는 것”이라며 “리벨리온의 1보 전진은 한국 딥테크의 1보 전진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