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사행성 논란에 경매장 철회, '착한 게임' 이미지 '흔들'

▲ 마비노기 모바일은 전날인 9일 공지를 내고 논란이 됐던 경매장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이 경매장 시스템 도입으로 사행성 조장 논란에 휩싸이며 그동안 쌓아온 '착한 게임'의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  

개발사인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는 논란이 확산되자 경매장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사실상 철회 결정을 내렸지만, 이용자 신뢰가 이미 훼손된 만큼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진훈 마비노기 모바일 디렉터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웨카 경매장은 베타서비스 종료 이후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검토할 계획"이라며 "경매장과 관련해 이용자들께 우려와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웨카 경매장은 11일 오전 6시를 기점으로 종료된다.

웨카 경매장은 지난달 업데이트 예고 시점부터 이용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주요 수급처가 현금인 유료 재화인 ‘웨카’를 사용해 이용자 간 아이템을 거래하는 시스템으로 사실상 현금 거래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과거 한정기간 동안 획득할 수 있었던 아이템들을 경매 물품으로 내세우면서 한정판 아이템을 합성으로 어렵게 획득했던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 기만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경매장 폐쇄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미 충전된 유료 재화의 처리 문제가 과제로 남았다. 

넥슨은 경매 시작가를 2만 웨카(현금가로 약 20만 원 상당)로 책정했으며 일부 고가 아이템은 1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경매장 종료로 경매 참여를 목적으로 유료재화를 충전했거나, 아이템을 처분해 웨카를 확보해 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사용처가 제한적이라는 불만이 제기된다.

넥슨은 “획득한 웨카는 경매장 종료 이후에도 아이템 샵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아이템 샵 내 실제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아 넥슨도 해당 재화의 웨카의 추가 사용처 마련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착한 과금’ 이미지를 내세워온 게임 정체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낮은 경쟁 강도와 부담 없는 과금 구조를 통해 기존 모바일 MMORPG와 달리 10대와 여성 이용자를 포함한 폭넓은 유저층을 확보해 왔다. 출시 이후 큰 인기를 끌었고 2025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고액 입찰 경쟁 조장과 과도한 수수료 체계로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 특히 오는 18일 대형 IP(지적재산권)인 산리오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앞두고 터진 악재인 만큼 뼈아프다는 평가다.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사행성 논란에 경매장 철회, '착한 게임' 이미지 '흔들'

▲ 사진은 성남 판교 넥슨 사옥.


넥슨은 지난달 11월26일 마비노기 업데이트 공지를 통해 웨카 경매장 서비스 출시 소식을 전했다. 도입을 두고 논란이 일자 넥슨 측은 “물량이 한정된 장비들을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장비 보존하려는 시도였다”고 해명한 뒤 몇 가지 개선안을 내놨다. 

다만 이 같은 조치에도 이용자들은 웨카 경매장 철회와 폐지를 촉구하는 단체 행동을 벌여왔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마비노기 모바일이 12세 이용가 등급을 유지한 채 해당 기능을 도입한 것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뒤 불법 게임물 신고와 공개 청원을 위원회에 9일 제기했다.

게임 내 유료 재화 거래소가 존재할 경우 현행법상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분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철우 변호사는 “웨카 경매장은 이용자 간 입찰 경쟁을 부추기는 구조”라며 “별도 재화를 도입하고 수수료까지 부과해 사업자가 이중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마비노기 모바일은 낮은 연령층까지 흡수하며 시장에서 독자적 포지션을 구축해왔다”며 “불씨는 껐지만 이미지 회복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 측은 “이용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겠다”며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후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