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호주에서 사업 보폭을 점차 넓혀 가고 있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다변화를 통해 해외 사업 수주 강자의 위상을 다져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호주에서 보폭 확장, 오세철 해외사업 수주 강자 위상 다진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10일 서호주 주정부 등에 따르면 앰버-제이드 샌더슨 서호주 에너지·탈탄소화 장관은 이달 초 한국을 찾아 포스코와 LX인터내셔널, 삼성물산 등을 찾아 면담을 진행했다. 서호주는 호주 대륙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6개 주 가운데 가장 넓다.

서호주 주정부는 삼성물산을 놓고 모듈러 등 탈현장공법(OSC)의 선두주자로 지목하며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의 모듈러 건축 기술을 두고는 고정밀 프리패브(공장에서 미리 생산한 자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와 디지털 엔지니어링 등 기술을 결합해 효율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서호주 당국는 “샌더슨 장관이 서호주에서 모듈러 역량을 확장하는데 관심을 둔 삼성물산과 만났다”며 “삼성물산의 서호주 시장 모듈러 주택 설루션 공급을 위한 자체 거점 마련과 기존 서호주 기업과 기술·전문성 공유 및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듈러 사업을 둔 후속 협력이 이른 시일 내에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면담이 서호주 내 일자리 증대와 주택공급 확대 차원에서 주정부 주도로 이뤄져서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실현 가능성이 높은 논의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물산은 다른 건설사들처럼 탈현장 공법(OSC) 핵심인 모듈러 사업에 계속해서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반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만큼 단독 거점을 마련하는 일은 위험성이나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일찌감치 시장에 진출한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도 올해 일부 사업을 정리하며 모듈러 전략을 재정비했다. 삼성물산은 기술개발과 내부 실증을 이어가고 있지만 다른 건설사들처럼 대규모 단지 등의 상업화 이력은 아직 없다.

다만 이번 논의가 해외 당국 주도로 이뤄진 만큼 삼성물산이 그동안 추진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지역의 다각화에 속도가 날 여지는 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삼성물산이 과거 대규모 손실을 본 로이 힐 프로젝트 이후 호주 시장에서 다시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호주 시장에 태양광 발전과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초고압직류송전케이블(HVDC) 시공 등 미래 인프라 사업 중심으로 다시 발을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 호주에서 보폭 확장, 오세철 해외사업 수주 강자 위상 다진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가장 최근 호주 시장 시공 실적인 MREH BESS. 저장용량은 1600MWh에 이르는 호주 최대 단일 규모 BESS 프로젝트로 삼성물산은 호주 에너지 인프라기업과 합작법인으로 참여했다. <삼성물산>


지난 11월에는 호주 최대 단일 규모 BESS 건설 프로젝트(기본도급액 1246억 원)인 멜버른재생에너지허브(MREH)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공사를 마쳤다. 이 외에도 태양광과 BESS를 중심으로 추가 수주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특히 지난 9월에는 초대형 전력망 연결 프로젝트 ‘마리너스 링크’ HVDC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345km 길이 해저 및 지상 송전선으로 호주 빅토리아주와 태즈매니아 섬을 잇는 프로젝트인데 2026년 착공이 예상된다.

오세철 사장은 2021년 취임 뒤 해외 사업을 다변화하면서 성과를 거뒀다.

삼성물산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해외 건설 신규 수주 실적에서 1위를 지켰다. 지난해 삼성E&A에 선두를 내줬지만 올해 9월에는 카타르 최대인 1조4600억 원 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을 수주한 것을 포함해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민간 기업 가운데 사실상 1위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 사장은 지난해말 연임을 확정 뒤 올해 연말인사에서도 유임이 결정됐는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을 거친 해외사업 전문가로서 면모를 올해 발취하고 있다는 시각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와 소형모듈원전(SMR) 등 다양한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해외 시장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