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생명보험사 대표에 재무·자산운용 전문가를 중용하는 흐름이 강화하고 있다.

보험산업이 보험손익 자체보다 자산운용 성과에 순이익이 더 좌우되는 구조로 재편되고 금융지주 전반의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생보사 대표 선임에도 ‘재무 전문가’가 중요 키워드로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지주 생보사 대표 재무 전문가 전성시대, 신한라이프 대표도 'CFO' 천상영

▲ 신한라이프 새 수장으로 천상영 신한금융 그룹재무부문장(CFO)이 내정됐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를 이끌 새 수장으로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그룹재무부문장(CFO) 부사장이 내정되며 4대 금융 생보사 가운데 우리금융을 제외한 3곳의 생보사 CEO를 재무 전문가가 맡게 됐다.

현재 KB금융 계열사 KB라이프를 이끄는 정문철 대표이사 사장은 KB금융 핵심 부서를 거친 경영관리 전문가로 평가된다.

정 사장은 KB국민은행에서 재무기획부장, 경영기획그룹 대표 등 중요 직책을 역임한 뒤 2025년 1월 KB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하나금융 계열사 하나생명도 CFO 출신인 남궁원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남궁 사장은 하나은행에서 자금시장사업단장, 자금시장그룹장, 경영기획그룹장을 역임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경영기획그룹장(부행장)으로 일했다. 그만큼 금융시장 이해도가 높은 재무기획, 경영전략 전문가로 평가된다.

신한금융도 지난 주 연말 인사에서 천상영 CFO 부사장에게 신한라이프 경영을 맡기며 재무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

신한금융 자회사최고영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는 5일 “천 부사장은 지주에서 경영관리 업무를 장기간 담당해 그룹 사업라인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재무·회계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4대 금융 가운데 이제 막 생보사를 인수해 인수합병 후 통합과정에 힘을 싣고 있는 우리금융을 제외한 3곳 모두 생보사에 재무 전문가를 전진 배치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보험사 순이익 경쟁이 보험 본업보다 자산을 운용해 얻는 투자손익 중심으로 옮겨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생보사가 다루는 상품은 일시납 종신보험 등 손해보험사가 주로 취급하는 상품보다 장기·대형 계약 비중이 높다. 이에 시장에서는 운용자산의 규모가 큰 만큼 생보사의 재무관리와 자금운용 역량 중요도가 손보사보다 높다고 여겨진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통계를 보면 2025년 9월 말 기준 운용자산 규모는 생명보험업권이 약 812조 원으로 손해보험업권 약 353조 원의 2.3배 수준이다.
 
금융지주 생보사 대표 재무 전문가 전성시대, 신한라이프 대표도 'CFO' 천상영

▲ 2025년 상반기 생명보험사 투자손익에는 큰 변동이 없지만 보험손익이 줄며 전체 순이익이 줄었다. <보험연구원, 금융감독원>

또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된 2023년 이후 보험연구원 자료를 살펴보면 생보사 전체 순이익 가운데 투자손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상반기 49%에서 2025년 상반기 55%로 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볼 때도 생보사 가운데 보험손익은 부진했지만 투자손익에서 선방한 생보사들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이에 투자손익이 순이익 변동을 좌우하는 흐름이 더 뚜렷해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내년에도 거시경제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부채관리와 자산운용 역량 강화는 보험사들의 공통 과제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 실장은 ‘2026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보험산업이 내년 마주할 과제로 적극적 부채관리와 자산운용 고도화를 꼽았다. 저금리 환경에서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지주사들은 비은행 수익성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생명보험 계열사에 재무 전문가를 중용하는 흐름을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보험사 재무관리는 자체 지급여력비율 유지뿐 아니라 그룹 자본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보험사 자본은 그룹 계열사로 연결돼 지주사 위험가중자산(RWA)과 보통주자본비율 산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본업 강화가 물론 중요하지만 투자손익 관리도 생보사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인 만큼 재무 및 관리 전문가를 요직에 앉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