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롯데 대표 3인방이 합심해 실적 개선에 성과를 내고 있다. 왼쪽부터 정호석 호텔롯데 호텔사업부 대표이사, 김동하 면세사업부 대표이사, 권오상 월드사업부 대표이사.
모두 15명이 승진했는데 그만큼 성과가 좋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정호석 호텔사업부 대표, 김동아 면세사업부 대표, 권오상 월드사업부 대표 등 호텔롯데 대표이사진의 ‘삼(三)끌이’ 경영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8일 호텔롯데 안팎에 따르면 올해 호텔롯데가 6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롯데는 1~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3877억 원, 영업이익 1613억 원을 냈다. 2024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9.5% 줄었으나 영업손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호텔롯데가 올해 말까지 무난하게 영업이익 2천억 원 이상을 낼 공산이 크다. 2019년 영업이익 3183억 원을 기록한 뒤 6년 만에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셈이다.
호텔롯데는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5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부진했다. 호텔롯데가 최근 5년 동안 영업이익 흑자를 낸 것은 2023년 1326억 원이 유일하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호텔롯데의 3대 사업부인 호텔사업부와 면세사업부, 월드사업부 대표이사가 모두 교체된 지 1년 만에 눈의 띠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계열사 CEO의 36%인 21명을 교체했는데 그 가운데 3명이 호텔롯데 사업부를 총괄하는 대표들이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에서 일했던 정호석 부사장과 김동하 전무를 각각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대표로 보냈고 롯데월드에서는 권오상 전무를 내부 발탁하며 체질 개선을 꾀했다.
이들은 신 회장의 선택에 수치로 보답하고 있다.
호텔롯데 실적 개선의 일등공신을 꼽자면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가 제일 먼저 거론된다. 호텔롯데 실적의 대부분이 면세점에서 나오는 만큼 롯데면세점의 손익 개선이 호텔롯데에게 주는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1~3분기에 매출 2조295억 원, 영업이익 401억 원을 냈다. 2024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7.1% 줄었지만 영업손익이 1323억 원 늘었다. 호텔롯데 전체 영업손익의 개선 폭이 같은 기간 1898억 원이었는데 롯데면세점이 홀로 70%를 해결한 꼴이다.
김 대표는 애초 롯데면세점 수장에 부임할 당시 면세업계 경험이 없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면세업의 관행에 칼을 댈 수 있는 무기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롯데면세점의 매출을 지탱하는 데는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수익성은 갉아먹었던 기업형 따이공(중국 보따리상)과 거래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롯데면세점이 상반기 면세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물론 롯데면세점의 덩치가 그만큼 매출이 많이 빠졌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일 수 있다. 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는 ‘돈을 까먹는 사업부가 아니라 버는 사업부가 됐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전략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는 중국 단체 관광객의 비자 한시 면제를 앞두고 기업형 따이공과 거래를 일부 재개하면서 업황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정호석 롯데호텔 대표도 수익성 확대에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다.
▲ 롯데호텔은 자산 유동화 등으로 실적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
정 대표는 롯데그룹의 수익성 경영을 책임졌던 사업지원실장 출신인 만큼 자산의 효율적 배치를 통한 영업 효율화에 방점을 찍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취임 직후에는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던 롯데렌탈 지분을 비핵심자산으로 평가해 사모펀드에 매각했으며 최근에는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롯데호텔 L7 홍대를 2650억 원에 매각하는 대신 이를 2026년부터 5년 동안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자산 유동화에도 성과를 냈다.
롯데호텔이 1~3분기 낸 매출은 1조648억 원으로 2024년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했는데 이 기간 영업이익은 기존 292억 원에서 762억 원으로 2.6배 뛰었다.
권오상 롯데월드 대표 역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권 대표는 2023년 12월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면서 월드사업부의 유일한 전무급 임원으로 발탁되며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롯데월드 경영전략부문장을 맡으면서 롯데월드어드벤처부산과 롯데월드아쿠아리움하노이 등 신규 사업을 직접 추진한 인물로 알려진다.
내부에서는 미래를 위한 신사업에 특히 적극적으로 뛰어든 사람으로 평가받는데 이런 노력들이 롯데월드 실적 개선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롯데월드는 1~3분기 매출 2933억 원, 영업이익 445억 원을 냈다. 2024년 1~3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의 증가 폭(30.0%)가 매출의 증가 폭(3.1%)보다 10배가량 크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