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서 기후변화에 부동산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실제로 재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조사결과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8일 관련 외신 보도와 학술 발표 등을 종합하면 기후변화가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와 CNN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최대 부동산 거래 웹사이트 '질로우'는 구매자가 부동산을 볼 때 참고할 수 있는 기후 관련 데이터 옵션을 전면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외신들은 이번 결정을 두고 기후변화가 집값 하락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밀 밸리 일대에서 4일(현지시각) 갑자기 차오른 물 때문에 시내 주택과 차량들이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질로우가 자체 분석한 결과 기상재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주택의 판매율은 52%에 불과했다. 저위험군이 71%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았다.
질로우에 기후 위험 정보를 제공해오던 비영리단체 '퍼스트스트리트재단'은 질로우의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매튜 에비 퍼스트스트리트재단 최고경영자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기후 데이터가 사라진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이제 주택 구매자들은 일생 최대의 재정적 결정을 눈먼 채로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기상 재난 발생 가능성이 매매율뿐 아니라 매매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이미 증명됐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드 일대 주택들이 올해 1월 대형 산불 영향에 초토화된 채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별로 기온이 35도가 넘는 폭염이 발생하는 날이 하루씩 늘어날 때마다 해당 지역의 주택 매매가는 평방미터당 1.4유로씩 하락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2024년 한 해에 스페인에서 매매된 주택이 약 70만 채에 달하는데 이를 환산하면 매매가 손실이 약 1억1760만 유로(약 2013억 원)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극한 폭염 영향이 적은 시원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주택 매매가가 평방미터당 2.8유로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해에 플로리다주의 한 저택이 초기 매매가 2억9500만 달러(약 4334억 원)에 나왔는데 거래가 좀처럼 성사되지 않자 몇 차례 인하가 진행된 뒤에 웹사이트에서 내려갔다.
플로리다주는 현재 미국 국내에서 가장 기상 재난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레이첼 올링턴 전직 부동산 컨설턴트는 유로뉴스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는 이제 10년 전이나 5년 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부동산 거래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주택 공급망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