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AI 경쟁에서 승리' 회담에 참석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에 필수인 반도체 기업부터 원자력발전소 등 관련 인프라까지 경쟁력을 갖췄는데 미국 정부와 동맹으로 이들 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이콥 헬버그 미 국무부 경제담당차관은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한국을 포함한 8개 동맹국과 AI 기술에 필요한 반도체와 에너지 등 공급망 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와 에너지, 핵심 광물을 비롯한 AI 관련 산업에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경제와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AI 분야에서 트럼프 정부는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주도권을 쥐려 한다.
중국이 AI 제조업에 필수 소재인 희토류 수출을 통제해 변수를 줄이려는 목적도 깔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을 ‘제조업 강국’인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헬버그 차관은 “기술 공급망 확보는 물론 원자력 등 에너지 육성도 우선 순위”라고 설명했다. 원자력발전은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는다.
미국 정부는 오는 12일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호주와 관련 회의를 열 예정이다.
특히 이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에너지 등 제조업 전반에 강점을 갖췄다.
네덜란드는 ASML과 같은 기업이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극자외산 노광장비(EUV)를 세계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호주는 AI 제조업에 필수 소재인 희토류 광물 생산에 세계 3위권이다. 영국과 UAE, 이스라엘 등도 AI에 대거 투자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헬버그 차관은 “AI는 미·중 양강 구도로 중국과 경쟁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반도체 기업이나 광물 산업 본거지라는 점에서 동맹 국가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 SK하이닉스가 9월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인공지능 인프라 서밋에 꾸린 부스에 방문객이 북적이고 있다. < SK하이닉스 >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 반도체 기업과 철강과 에너지, 전력 등 인프라 기업에도 수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이미 자국 내 반도체와 인프라 기업 9곳에 최소 100억 달러(약 14조7천억 원)를 지원한 전례가 있다.
미국 상무부는 8월22일 반도체 기업 인텔에 89억 달러(약 13조 원)를 들여 지분 9.9%를 인수해 최대 주주로 올랐다. 국방부는 희토류 기업 MP머터리얼스에 4억 달러(약 5880억 원)를 투자해서 지분 7.5%를 확보하고 7.5%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옵션도 챙겼다.
이 밖에 트럼프 정부는 원자력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부지 확보와 인허가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지원을 한국 반도체와 인프라 기업도 누릴 수 잇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내년 부분 가동을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 또한 인디애나 웨스트라파예트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HBM을 포함한 미세공정 반도체는 AI 인프라에 핵심이라 미국 정부가 이들에 지원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 등 한국 원전 관련 기업도 미국 업체와 협업하고 현지 사업을 활발하게 확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10월24일 페르미아메리카와 대형원전 4기 건설에 기본설계 용역 계약을 맺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사업에 협력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또한 7월3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 데이터센터에 친환경 철강재 공급을 추진하는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3월 루이지애나에 전기로 제철소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요컨대 한국이 미국과 군사 동맹을 넘어 AI 공급망 동맹까지 맺으면서 반도체와 에너지 등 관련 기업들이 잇달아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헬버그 차관은 “공급망 동맹에 참여할 국가는 AI가 경제와 안보에 미칠 혁신적인 영향을 알고 있다”며 “AI 열풍에 동참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