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연우 공장 가동률 50%도 못 미쳐, 윤상현 화장품 수직계열화 '아픈 손가락' 전락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의 연우 인수에 대해 회의적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윤 부회장이 9월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마존 뷰티 인 서울'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한국콜마>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콜마의 화장품 용기 자회사 연우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굳어지고 있다. 핵심 계열사로 키워온 연우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자 한국콜마의 포트폴리오 전략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은 HK이노엔을 통해 포트폴리오 선구안을 입증했으나 정작 연우에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 고객사 편중 구조와 글로벌 인디 브랜드 확보 부진이 겹치며 연우의 경쟁력이 약화된 점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연우가 2022년 한국콜마에 인수된 이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우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18억 원, 영업손실 2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5%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콜마에 따르면 국내 인디 브랜드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주요 고객사의 부진이 연우의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중국시장이 장기간 위축되며 이들 대형사의 출하량이 줄었고, 연우 역시 수주 축소를 피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대형 고객사 의존도가 높았던 연우의 구조적 약점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반면 경쟁사 펌텍코리아는 북미·유럽 인디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확보해 매출 기반을 넓히며 수요 변동성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 실제 펌텍코리아의 톱10 고객사 매출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특정 브랜드에 치우치지 않는 유연한 고객 구조를 확보한 상태다.

생산능력(CAPA)만 보면 연우가 펌텍코리아보다 더 크지만 실제 경쟁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우는 낮은 가동률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설비 투자 역시 정체되면서 펌텍코리아와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연우의 총 CAPA는 펌프·튜브·견본 용기를 합쳐 2023년과 2024년 각각 9억4천만 개, 올해 3분기에도 7억 개 수준으로 업계 상위권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가동률은 펌프류 43.7%, 튜브류 59.1%, 견본용 30.1%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CAPA는 크지만 실제 생산량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반면 펌텍코리아는 CAPA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음에도 활용 효율이 높다. 총 CAPA는 같은 기간 6억2200만 개, 6억5200만 개, 5억8900만 개로 안정적 확장세를 이어갔다. 가동률도 같은 기간 75.8%, 81.4%, 84.3%로 꾸준히 상승하며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이다.

설비 투자 속도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펌텍코리아는 2023년 제4공장 부지를 확보한 데 이어 2024년 취득을 마쳤다. 같은 해 제5공장 매입도 완료했다. 올해는 제6공장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며 생산 기반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 반면 연우의 경우 최근 3개년 동안 CAPA가 멈춰선 상태다.
 
한국콜마 연우 공장 가동률 50%도 못 미쳐, 윤상현 화장품 수직계열화 '아픈 손가락' 전락

▲ 연우가 한국콜마에 인수된 이후 수익성이 악화되며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연우의 화장품 용기. <연우>


이에 업계에서는 윤상현 부회장이 추진해온 ‘화장품 제조–용기–브랜드’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수직계열화 포트폴리오 전략에도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는 HK이노엔 인수에서 보여준 성공 공식과는 다른 흐름이다. HK이노엔은 신약 케이캡의 흥행으로 한국콜마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올해 3분기에는 그룹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연우는 과거와 비교해 흐름이 크게 꺾였다. 연우는 2021년까지만 해도 연간 영업이익이 300억 원에 달하는 ‘확실한 업계 1위’ 기업이었다. 윤 부회장이 2022년 7월 2864억 원을 투입해 연우 지분 55%를 인수하고, 지난해 초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는데, 이는 이런 성장성을 기반으로 한 판단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연우가 한국콜마의 ‘배당 창고’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우가 그룹 재원 마련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연우는 지난해 5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연우 자산 총액의 20%를 넘는 수준으로 배당금 전액은 모회사인 한국콜마가 가져갔다. 

연우는 2020년과 2022년에 각각 20억 원 안팎의 현금배당을 유지해왔다. 한국콜마 완전자회사 편입 직후 배당 규모가 25배가량 급증한 셈이다. 

물론 윤 부회장에 대한 평가를 단순히 ‘실패한 인수’로만 규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연우의 부진이 회사 내부 문제가 아니라 중국 봉쇄 장기화와 국내 대형 고객사 매출 급락이라는 외부 변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연우 인수가 한국콜마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마지막 퍼즐이었다는 평가가 여전히 존재한다. 당시 시장 상황과 연우의 실적 흐름을 감안하면 충분히 합리적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최근 화장품 업계는 대기업에서 인디브랜드 중심으로 트렌드가 옮아가고 있다”며 “연우도 인디브랜드 부문 투자를 확대하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 점차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