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호 코오롱 대표이사 부회장이 코오롱그룹 계열사 통합과 상장폐지, 자산매각 등 리밸런싱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코오롱 주력계열사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계열사 통합, 상장폐지, 자산매각과 재평가 등을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이규호, 올해 들어 리밸런싱에 나선 배경
이규호 부회장이 코오롱 그룹 전반에 걸쳐 리밸런싱에 나선 배경에는 계열사 실적 부진에 따른 코오롱그룹 전체의 침체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오롱그룹은 주력 계열사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실적과 외형이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코오롱그룹 전체 실적에서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라 코오롱그룹의 최근 5년(2020~2024년) 실적을 살펴보면 2020년은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9조510억 원, 3260억 원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에는 그룹 매출이 10조 원을 넘기며 순항했다.
특히 2022년에는 코오롱그룹 전체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1조2760억 원, 3270억 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매출 11조1990억 원으로 외형은 유지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순이익이 850억 원으로 급감하면서 흔들렸다. 2024년에는 매출이 10조 원대로 주저앉았고 순손실로 전환됐다.
이규호 부회장으로서는 코오롱그룹 전체의 실적 개선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메스를 집어들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던 것으로 보인다.
이규호 부회장은 현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 주요 상장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어 이런 구조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계열사 통합·자산매각·상장폐지, 이규호 구조혁신 시험대 올라
이규호 부회장은 주요 계열사 통합과 자산매각, 상장폐지 등을 추진하면서 구조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코오롱글로벌의 재무개선을 위해 자회사 MOD와 코오롱LSI를 흡수합병한 것이 꼽힌다.
코오롱글로벌은 2022년부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다가 2024년에는 적자를 보게 돼 재무구조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코오롱글로벌의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1667억 원에서 2023년 76억 원으로 쪼그라들더니, 2024년에는 영업손실 567억 원을 봤다. 특히 지난해 영업손실은 2013년 이후 12년 만의 적자기록이다.
코오롱글로벌의 부채비율 역시 지속해서 높아져와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코오롱글로벌의 부채비율은 2022년 224.3%에서 2023년 237.6%로 높아졌고, 2024년에는 256.8%에 이르렀다.
이에 코오롱글로벌은 2025년 6월1일 골프·리조트·호텔 전문기업 엠오디(MOD)와 호텔 및 부동산 위탁운영 및 건물유지관리 단체급식 등 관리 전문기업 코오롱엘에스아이(LSI)를 흡수합병하기로 이사회 결의를 통과시켰다.
그리고 2025년 10월1일 합병을 완료한 뒤 같은 달 22일 합병신주의 상장을 마무리 지었다.
코오롱글로벌이 재무구조 개선의 첫걸음을 내딛은 셈이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코오롱 그룹은 이밖에도 유휴자산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코오롱은 최근 일부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골프장 우정힐스CC 매각을 위한 접촉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코오롱이 제시한 매각가는 약 2700억 원 규모로 알려져, 홀당 150억 원 수준의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뿐만 아니라 계열사의 자산재평가를 통한 장부가 개선과 유휴 부동산 매각 등 구조개혁을 위해 회계법인과 함께 다각도의 컨설팅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규호 부회장이 진행하는 리밸런싱 작업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상장폐지가 꼽힌다.
코오롱그룹은 자동차 유통계열사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자진상장페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코오롱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주식을 공개 매수한 뒤 2026년 1월7일 상장폐지를 하기 위해 단계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오롱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완전자회사 편입 목적을 △관리 효율성 제고 △기민한 사업 재편을 위한 의사결정 속도 개선 △시스템 기반 경영체제로의 전환 △유휴 부동산 활용 및 신사업 추진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상장폐지를 통해 이규호 부회장이 지분없이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강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장 자회사는 주주총회 공고나 내부 감사절차 등의 조항이 상장회사와 비교해 대폭 완화되기 때문이다.
이규호 부회장은 일련의 작업을 통해 신속한 사업구조 재편을 실행하고 코오롱그룹에서 영향력을 집중화해 입지를 더욱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