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2030년까지 해외 순이익 비중을 25%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글로벌 확장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발목을 잡히며 제동이 걸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 3대 법인 가운데 베트남 법인이 성장세를 안정적으로 이어감에 따라 우리은행 해외 전략의 핵심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은행 해외사업 발목 잡은 인니 금융사고, 정진완 베트남서 성장동력 확충

정진완 우리은행장(앞줄 가운데)이 9월 베트남 하노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우리은행>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의 실적 부진이 우리은행 전체 해외 사업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3분기 누적 연결기준 해외법인 순이익은 686억19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6% 줄었다. 이는 전체 지배주주순이익 7356억400만 원 가운데 9.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해외사업 순이익이 절반 이상 줄어든 배경에는 인도네시아 법인의 영향이 컸다. 

인도네시아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은 3분기 누적 529억31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 누적 459억5700만 원의 순이익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였으나 6월 발생한 약 1078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로 대손충당금이 반영되며 실적이 하락했다. 실제 손실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베트남 법인 베트남우리은행은 3분기 누적 순이익 519억3900만 원을 거두며 지난해보다 24.3% 성장했다. 캄보디아우리은행 역시 3분기 누적 순이익 100억5500만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3대 법인은 우리은행 전체 해외 순이익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며 해외 전략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우리은행은 2023년 글로벌그룹에 동남아성장사업부를 신설하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를 3대 법인으로 지정하며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 행장은 2025년 1월 취임한 뒤 동남아시아 전략을 이어받아 ‘아시아 3대 축’을 균형 있게 성장시키겠다는 해외 전략을 구상했다. 이는 해외 네트워크 확장과 비이자수익 기반 강화를 달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발맞춰 7월에는 조직개편을 단행해 기존 사업부를 ‘동남아성장센터설립추진ACT’로 격상시키고 전담 조직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 조직은 3대 법인을 대상으로 현지 맞춤형 상품 개발, 디지털 채널 확대, 고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PB) 서비스 고도화 등 심화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은행 해외사업 발목 잡은 인니 금융사고, 정진완 베트남서 성장동력 확충

▲ 우리은행은 3분기 누적 연결기준 해외법인 순이익 686억1900만 원을 거뒀다.


인도네시아 법인의 실적 부진은 해외 전략의 균형을 흔들었다.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로 인해 인도네시아 법인은 내부통제 강화가 시급한 과제가 됐다. 결국 우리은행은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결정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다만 새로 선임된 최고경영자가 조직 안정화와 현안 해결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인도네시아 법인이 해외 사업의 주축으로 복귀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기적으로 우리은행 해외 전략에서 인도네시아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성장성이 유효하더라도 영업, 인력, 리스크 통제 측면에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베트남 법인은 정 행장의 해외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안정적 외형 성장과 건전성 유지를 모두 달성하며 해외 사업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현지 리테일 및 기업금융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경쟁 은행 대비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기반 확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캄보디아 법인은 실적만 놓고 보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안정적 대출 및 예금 기반과 우호적 현지 금융 정책 환경이 밑바탕이 된 덕분이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국제 리스크 이슈가 커지면서 공격적으로 외형 확장을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따르는 상황이 됐다. 

결국 당분간 해외 사업 성장의 동력은 베트남 법인의 실적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행장은 베트남 현지 임직원을 현재 900명에서 2천 명으로 두 배 이상 확대하고 현지인 지점장 비율도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현지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젊은 세대를 위해 디지털 및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하노이ᐧ호치민 지역의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는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 본격화를 추진한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