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이사가 멕시코 법인 설립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남미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이사는 멕시코 법인을 남미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고 수출 확대에 신호탄을 쏘아 올릴 기세다. 이곳을 교두보로 삼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 인접 국가까지 K뷰티 영향력을 넓힌다는 복안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성운 대표가 내년부터 남미 시장을 본격적으로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멕시코 법인 설립을 완료하면 남미 진출의 교두보와 유통 인프라를 동시에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투는 올해 9월 기준으로 글로벌 12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멕시코는 그중에서도 남미 공략을 위한 신흥 전략 거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3분기에만 멕시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이탈리아에 각각 현지 법인을 신규 출자하며 글로벌 유통망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K뷰티의 1막이 아마존을 통한 글로벌 확산이었다면, 2막은 아마존이 통하지 않는 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중동, 남미 등은 아마존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지역으로 완전히 다른 유통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브라질, 멕시코, 칠레 등 다수의 남미 국가에서는 로컬 이커머스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전 세계적인 플랫폼인 아마존이 진입해도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언어, 결제, 통관, 물류 등 복잡한 요소를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지역 맞춤형 유통사가 필수적이다.
실제 중소 뷰티 브랜드가 이들 국가에 단독 진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국가마다 상이한 시스템을 하나하나 파악해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환경에서 실리콘투의 현지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투는 해외 각국에 법인과 물류 창고를 사전에 구축해 현지 유통사에 재고를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현재 실리콘투는 600개에 이르는 뷰티 브랜드를 유통하고 있다. 자체 재고 확보를 통해 지역별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물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단순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맞춤형 유통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리콘투에 따르면 현지 법인과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향후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으로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실리콘투가 올해 설립한 멕시코 법인은 중남미 전역의 물류 허브로 기능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인접 시장으로의 진출 시 물류 리드타임과 비용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질 수 있다.
현재 K-뷰티는 남미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지 않은 편이다. 브라질과 멕시코 화장품 시장 규모는 각각 약 320억 달러, 15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나 K뷰티 브랜드 진출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형 유통사를 통한 구조적 진입이 이뤄질 경우 최소 2~3년 내 빠른 점유율 확대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 실리콘투가 멕시코를 시작으로 브라질, 칠레 등 다수의 중남미 국가로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투>
글로벌 화장품 업계에서 남미 시장의 전략적 중요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화장품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323억 달러(약 47조1천억 원)에 이른다. 멕시코 역시 150억 달러(21조9천억 원)로 9위에 위치해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난 9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뷰티페어 2025’에 한국관을 설치하고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진출을 지원했다.
다만 남미 시장은 유럽이나 중동과 달리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아 가격에 민감한 소비 특성을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브라질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2만2천 달러 수준으로 프랑스(6만6천 달러), 미국 (8만7천 달러)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낮은 편이다.
김성운 대표 역시 남미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중간 가격대의 트렌디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가능성이 크다. 프리미엄보다는 합리적 가격의 브랜드가 현지 소비자에게 훨씬 더 빠르게 스며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단순히 진출한다고 해서 성장이 보장되는 시장은 아니다. 한 번 써본 제품을 다시 찾게 만드는 ‘재구매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장기 성장의 핵심이다. 가격 경쟁력만큼이나 현지 소비자의 취향을 정확히 읽고 브랜드를 정교하게 포지셔닝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실리콘투는 이 같은 구조를 염두에 두고 마케팅 전략도 국가별로 다르게 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언어와 문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 활용 방식까지 반영한 차별화된 프로모션과 바이럴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투는 매년 해외시장에서 영향력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CA(글로벌 유통사를 대상으로 한 도매 전용 플랫폼) 매출에서도 수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3년 70.71%였던 수출 비중은 2024년 71.75%, 올해 3분기 89.40%까지 급등했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남미 시장은 유럽의 스페인과 같은 언어권으로 K뷰티 수요가 확산되기 유리한 환경”이라며 “실리콘투 멕시코 법인이 향후 이 지역에서 종합 유통사 역할을 하며 성장 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