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 심화에도 내년 투자 여력을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집중하며 메모리반도체 품귀 현상 장기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HBM3E 및 HBM4 고대역폭 메모리 전시용 샘플.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고객사들의 ‘패닉바잉’을 일으키는 국면까지 접어들면서 전례 없는 호황기를 이끌어 가격 상승에 더 탄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4일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충격이 2027년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며 “다수의 PC 제조사들이 패닉바잉에 나서기 시작할 정도”라고 보도했다.
디지타임스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HBM과 DDR5 규격 D램 등 고사양 반도체 제품은 사실상 전략물자로 취급받을 만큼 귀중한 부품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형 고객사들이 재고 축적에 더 열을 올리며 메모리반도체 품귀 현상을 더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자연히 크게 오르고 있다. 더구나 고객사들의 패닉바잉 현상은 이러한 상승세를 더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디지타임스는 “일부 대만 고객사 경영진이 한국으로 직접 찾아가 메모리반도체 물량 확보를 추진할 정도”라며 “그러나 제조사와 오랜 협력 관계를 맺은 기업들만 물량 확보에 우선순위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4분기부터 본격화된 D램과 낸드플래시 품귀 현상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는다. 내년을 넘어 2027년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고객사들의 수요 급증에 대응해 내년부터 메모리반도체 생산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은 잡아두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내고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일제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내년 제조사들의 투자 규모는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메모리반도체 출하량이 올해보다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도 제시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모두 생산 확대보다 HBM과 같은 고부가 제품 양산 및 공정 기술 발전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 SK하이닉스의 HBM 메모리 기술 전시용 모형.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 시장에 이뤄지는 전체 설비 투자는 올해보다 14%, 낸드플래시 투자는 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2026년 출하량 증가에 기여하는 폭은 미미한 수준으로 예상됐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및 자회사 솔리다임의 내년 낸드플래시 설비 투자 규모는 오히려 올해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낸드플래시에 들이던 투자금이 D램 및 HBM으로 이동하면서 내년부터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가 내년 D램 설비 투자에 들이는 금액은 205억 달러(약 29조9800억 원)로 올해보다 약 17%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부분의 투자는 M15x 공장의 HBM4 규격 고대역폭 메모리 생산 확대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도 올해보다 11% 늘어나는 200억 달러(약 29조2500억 원)를 D램 생산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추정됐다. 마찬가지로 HBM 생산라인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패닉바잉에 나설 정도로 품절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공급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요원한 셈이다.
이러한 물량 부족 사태가 심화될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객사와 메모리반도체 공급 단가를 협상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는 “D램 고객사들이 이른 시일에 마음을 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대규모 투자는 모두 HBM에 집중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HBM은 엔비디아와 AMD 등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일반 메모리반도체 대비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제품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HBM4 주력 공급사로 진입하려는 제조사들의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설비 투자가 HBM에 더욱 집중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톰스하드웨어는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강력한 반도체 수요가 앞으로 10년 동안 이어질 수 있는 메모리 가격 위기를 주도할 수도 있다고 바라본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