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11월] 국민의힘에게 필요한 용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9월28일 서울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당선자가 4일(현지시각) 당선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맘다니 당선자와 같이 새로운 의제로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여의도와 서초동에 폭탄 한 발이 떨어졌다.

여의도는 원래 여야가 아웅다웅하는 곳이니 새로운 건 아니다. 서초동에선 검사들이 12·3 내란 사건 이후 침묵을 깨고 연판장을 돌렸다.

그렇게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엄청 시끄러웠고, 윤석열 정부에서 더욱 시끄러웠던 사건이다.

앞서 1심 법원은 지난달 3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는 8년, 정민용 변호사는 6년, 정영학 회계사는 5년, 남욱 변호사는 4년을 받았다.

‘대장동 일당’이 모두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면서 한 고비를 넘긴 것이다. 특히 유동규 전 본부장은 검찰 구형 7년보다 무거운 8년형이 선고됐다.

일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따로 진행되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재판에 이번 1심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언론은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 지뢰가 터졌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곧바로 국민의힘과 검사들이 들끓었다. 대장동 일당을 봐주려 한다고, 이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꼼수를 부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도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번 기회에 정치검사들을 제압하겠다는 결기를 보였다. 앞으로 국정감사, 특검수사 등으로 대장동 사건 전체를 다시 복기하겠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다시 주목하는 지점은 국민의힘의 태도다. 검사들이 보인 ‘선택적 분노’는 어찌됐든 진압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취소되는 과정에서 이미 검찰은 관뚜껑에 못을 박았다.

혹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사직하고, 검사들이 승리하고, 검찰개혁의 동력이 상실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따로 살펴볼 일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의원총회에서 “항소포기는 이재명 대통령의 범죄행위를 무죄로 만들기 위한 빌드업”이라며 “이 대통령이 바라는 건 5년간 재판을 멈추는 중지가 아니라 재판을 아예 없애버리는 재판삭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11일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하면서 대장동 싸움을 이어갔다. 급기야 장동혁 당대표는 이날 “이재명 탄핵”을 외쳤다.

새삼 묻게 된다. 국민의의힘 의원들은, 강성 지지자들은 왜 이 대통령을 그토록 미워할까.

대통령이 대장동, 대북송금, 선거법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음을 세상이 모두 안다. 그래도 국민은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사법적 심판은 남았지만, 정치적 심판은 끝난 사안이다.

더욱이 대통령 임기 중 재판이 재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니까, 사법부가 재판을 재개하고, 똘똘 뭉쳐 유죄를 확정하고, 헌법적 논란 끝에 현직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

혹시 국민의힘과 그 지자자들은 이 대통령을 이렇게 꺾으면 권력을 쉽게 되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님 지지율을 깎아 다음 대선에서 유리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건가.

최근 미국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 의원이 시장에 당선됐다. 무슬림에 유색인종이고 34살의 신예 정치인이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의 시장 자리에 올랐다.

공공보육, 무상 시내버스 등 민생공약이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뉴욕은 화려하지만 뉴욕시민은 생활이 팍팍한 탓이다. 뉴욕 시민이 최근 50년 내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이면서 열광적으로 그를 지지했다.

맘다니를 포함한 미국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에서 국민의힘은 배워야 한다. 미국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비판함으로써 선거에서 이긴 것이 아니다. ‘생활비’라는 새로운 의제로 지지자를 결집하게 만들었다.

국민의힘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의제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그 전에 먼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대선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패배 인정은 어렵다. 속이 쓰리다. 그래서 진정 용기 있는 자만이 가능하다.

민주주의 역사는 항상 증명한다.

패자는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패배 인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제를 개발하고 인물과 역량을 키우면 반드시 이긴다.

참고로 2030년 대선에 이 대통령은 출마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선은 보통 전임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미래를 결정하는 이른바 미래투표였다. 안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