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 치명적 피해 입히고 있는 태풍 '갈매기', 기후변화 영향에 강해졌다

▲ 7일 베트남 기아라이주 해안 일대 시내 공원에 있는 한 나무가 태풍 갈매기의 여파에 부러져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태풍이 기후변화 영향에 강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7일 로이터는 필리핀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26호 태풍 '갈매기'가 기온상으로 인한 높은 해양수온 영향에 강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벤 클라크 영국 런던 그랜텀연구소 극한 기후 연구원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북서태평양과 남중국해 해수면 온도는 모두 이례적으로 따뜻한 상태"라며 "이런 고온으로 인해 갈매기는 더 강력해져 많은 비를 동반하고 있는데 이같은 고온 현상은 인간이 유발한 지구온난화와 매우 분명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갈매기는 필리핀 전역에서 최소 188명의 사망자를 냈고 각지의 기반시설과 농지들에 큰 피해를 입혔다.

이날 기준 갈매기는 서쪽으로 이동해 베트남 중부 일대에 상륙한 뒤 인도차이나 반도 내륙에 위치한 캄보디아까지 직행하며 많은 가옥을 파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태풍, 사이클론, 허리케인 등 열대성 저기압들은 기후변화의 악영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기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잔 마르코 멘갈도 싱가포르 국립대 연구원은 로이터를 통해 "기후변화는 주로 해수면 온도를 높이고 대기중 수분 함량을 증가시켜 태풍 강도를 높인다"며 "이것은 태풍이 반드시 더 강해질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더 강도 높일 가능성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태풍 갈매기는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태풍은 아닌 것으로 분류됐으나 학자들은 동남아 일대에 갈매기와 비슷한 강도를 가진 태풍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펑샹보 영국 리딩대 열대폭풍 연구원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동남아 일대는 지난 수개월 동안 열달아 발생한 극한 기상 현상에 피해가 누적됐다"며 "토양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강은 가득 찼으며 기반시설은 약화돼 이같은 시기에는 약한 폭풍이 닥쳐오더라도 재앙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폭풍 해일의 영향 범위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열대성 폭풍의 영향을 받는 해안 지역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평균 해수면 상승과 더불어 동남아 저지대 일대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특히 필리핀과 싱가포르가 그렇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