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제과 주식 4만주가량을 매입하자 롯데제과 주가가 급등했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지분매입을 계기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1일 롯데제과 주가는 전날보다 1만1천 원(5.39%) 오른 21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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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제과 주가가 급등한 것은 신 회장이 지분을 추가로 늘렸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신 회장은 1월23일부터 26일까지 롯데제과 보통주 4만180주(80억 원 상당)를 사들였다고 1월3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롯데제과 지분이 8.78%에서 9.07%로 늘어났다.
신 회장의 주식 매입은 지주회사 전환에 앞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태이자 롯데칠성음료(18.33%),롯데푸드(9.32%), 롯데쇼핑(7.86%), 롯데리아(13.59%), 롯데정보통신(6.12%), 코리아세븐(16.50%) 등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그룹의 핵심이다.
그룹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와 다른 계열사를 연결하는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 회장이 롯데제과 주식을 사들인 것은 스스로 지배구조개편 작업을 책임지고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며 “지주사 개편에서 롯데쇼핑과 롯데제과가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드는 롯데제과를 매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롯데제과가 롯데쇼핑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두 회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며 “투자회사끼리 합병하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는 동시에 신 회장은 합병회사의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는 1월19일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분할, 합병 등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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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
롯데제과 지분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3.96%,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6.83%를 보유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넘어갈 경우 롯데제과에서 첨예한 경영권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최근 신 총괄회장에게 부과된 증여세 2126억 원 납부를 위한 자금을 대신 충당해주면서 추후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자산처분 등을 통해 변제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롯데제과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넘겨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전 부회장은 증여세 납부를 위해 롯데쇼핑 주식을 담보로 3천억 원가량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 측이 경영권 탈환을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진행될 롯데그룹 지주사 체제 전환에서 치열한 지분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2013년에도 롯데제과 지분매입을 놓고 경쟁을 벌인 적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