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트럼프 정부 맞서는 캘리포니아와 소송전, 전 세계 기후 규제 향방 가른다

▲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에 위치한 엑손모빌 정제소 굴뚝에서 석유 잔유물을 태우기 위한 플레어링을 시행하면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기후 규제와 관련된 소송이 지난해부터 잇달아 제기되면서 기후대응 찬반세력이 법원을 무대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규제를 둘러싸고 소송이 제기되면서 양쪽 세력의 승패를 가를 '고지전'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소송 결과가 미국 안팎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각) 가디언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석유 대기업 엑손모빌은 캘리포니아주가 제정한 기후 규제 두 건을 둘러싸고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규제들은 모두 2023년에 승인된 것들로 캘리포니아주 '기후책임 패키지'를 구성하고 있다.

첫번째 규제는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입힌 기후피해를 산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두번째는 해당 기업이 자사의 활동으로 세계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2026년부터 시행되는 해당 규제들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캘리포니아주 동부 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엑손모빌은 이번 소장을 통해 "해당 규제들이 자사가 원치 않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강요해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확한 계측법이 없는 고객 기반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것은 기업에 부당한 부담을 부과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반면 캘리포니아주는 이번 규제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타라 갈레고스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대변인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오염원을 이용하는 기업이 (온실가스와 기후피해와 관련해) 투명성을 높이는 행위에 반대하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해당 법은 이미 법원에서 유지하라는 결정이 나온 바 있고 우리는 계속 이에 신뢰를 갖고 따를 뿐"이라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주가 제정한 규제들은 기업들로 하여금 전체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사실상 '기후공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사실상 취소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후정보공개 규정을 대신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증권거래위는 지난해 3월 기후정보공개 규정을 제정하며 미국 내 상장사들이 모두 온실가스 및 각종 기후 정보들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미국 상공회의소 등 각종 기업연맹과 25개 공화당 성향 주 정부들이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증권거래위는 소송전에 나섰으나 올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바뀌면서 방침을 바꿔 기후정보공개 규정을 취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달 기후정보공개 규정 소송을 맡은 제8연방항소순회법원은 증권거래위에 법적 입장을 확실히 하라는 권고를 보냈으나 그 뒤로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손모빌 트럼프 정부 맞서는 캘리포니아와 소송전, 전 세계 기후 규제 향방 가른다

▲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에 위치한 엑손모빌 주유소. <연합뉴스>

캘리포니아주는 같은 달 미국 상공회의소와 여러 산업협회들이 캘리포니아주 기후공시 규정을 문제삼아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들은 엑손모빌처럼 기후공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 중부지방법원은 상공회의소와 산업협회들이 제기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케이틀린 맥룬 캘리포니아주 법무차관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원고들은 우리 규제가 기업들에 어떻게 정치적, 이념적 표현을 하도록 강요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주 기후공시는 사실상 미국 국내에서 활동하는 거의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거래위 기후정보공개규정의 대체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전 세계를 무대로 진행되는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다른 규제들까지 더해지면 기후정보공개 규정보다 강한 규제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엑손모빌은 지난주 제출한 소장을 통해 "엑손모빌의 기업활동은 대부분 캘리포니아주 밖에서 이뤄진다"며 "캘리포니아주의 규칙들은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발생하는 기업 활동 배출량에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캘리포니아주가 이번에도 승소하면 미국 국내에서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활동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을 내놨다.

홀린 크레츠먼 미국 생물다양성센터 수석변호사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주의 규제들은 가장 큰 기후파괴자들의 실체를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