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고가모델인 아이폰7플러스로 수요를 유도하는 전략으로 성과를 내면서 올해 내놓을 아이폰 신제품에서도 비슷한 출시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이런 전략에 대응해 갤럭시S8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하드웨어 차별화에도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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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31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 아이폰 판매량이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익성을 방어하며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가인 아이폰7플러스 모델의 판매비중이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고 에어팟 등 고가 액세서리도 예상보다 흥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코웬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판매된 애플의 아이폰7시리즈 5850만 대 가운데 아이폰7플러스의 비중은 40% 정도로 추산된다. 2015년 4분기 아이폰6S플러스의 판매비중인 23%에서 크게 뛰어오른 것이다.
아이폰7플러스는 애플 스마트폰 최초로 듀얼카메라와 3기가 램을 탑재해 성능을 강화했다. 성능이 낮고 화면크기가 작은 아이폰7 일반 모델보다 가격이 120달러 높아 수익성에 기여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증권사들은 아이폰7시리즈가 이전작보다 흥행에 고전하고 있다는 공통된 관측을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아이폰7플러스는 소비자의 교체수요를 효과적으로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아이폰7의 32기가 모델보다 가격이 높은 128기가 모델에만 새 색상 ‘제트블랙’을 추가해 내놓은 것도 아이폰 평균판매단가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시 초반 고가논란이 빚어졌던 159달러의 무선이어폰 신제품 ‘에어팟’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며 애플의 수익방어에 한몫을 하고 있다.
증권사 JP모건은 “에어팟이 예상보다 흥행하며 애플이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이폰의 판매둔화에 따른 실적타격을 만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스마트폰 평균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에서 애플이 반대로 주력모델의 가격을 더 높이는 ‘실험’에 성공한 만큼 올해 출시하는 신제품에도 유사한 전략을 쓸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웬앤드컴퍼니는 “애플은 이전작과 달리 아이폰7에 공격적인 가격상승전략을 내놓아 성공했다”며 “올해 출시되는 아이폰에 이런 판매전략을 더 강력히 시험해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 신제품을 변화가 적은 아이폰7S시리즈와 올레드패널을 활용한 곡면화면 탑재 등으로 차별화한 아이폰8로 다변화해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주력모델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소비자의 반감을 줄이며 고가모델의 가격을 더욱 높여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8에 독자적 기술의 무선충전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선충전기를 별도로 판매할 경우 에어팟과 같이 소비자의 실질적인 구매가격을 높여 수익개선에 더 기여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8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반등계기 마련이 절실한데 애플의 아이폰 판매전략 변화에 촉각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용자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고가모델에 하드웨어 변화를 집중할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일반형 모델의 제품경쟁력은 약화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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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고가 스마트폰으로 애플의 아이폰8과 맞대결을 벌이기보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아이폰7S와 대결에 집중하는 동시에 하드웨어 차별화를 확보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갤럭시S8에 차별화기능을 대거 적용해 원가가 상승하겠지만 판매량을 늘려 만회하겠다”고 밝혔다. 가격을 높이지 않고 판매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예고한 셈이다.
애플이 고가제품에 기술역량을 끌어모으는 전략을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도 주요 소비자층의 수요에 맞춘 적정한 가격대를 집중적으로 겨냥하는 방법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애플의 고가모델에 가격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아이폰7S보다 하드웨어 차별화가 돋보이는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이동할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고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과 맞대결을 벌이기보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서로 다른 수요를 공략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며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은 스마트폰 수요가 점점 양극화되는 추세를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는 올해가 판매전략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