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공공공사 강자’로 꼽히는 계룡건설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도약을 앞두고 먹구름과 맞닥뜨렸다.

지난해 4월 시흥 교량 사고로 건설업 관련 영업정지 6달 처분을 받으면서다. 실제 영업정지로 이어지기까지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승찬 계룡건설 회장이 그려 온 주요 건설사로 도약이 고비를 만난 것으로 평가된다.
 
계룡건설 LH 훈풍 기대 속 영업정지 고비, 이승찬 10대 건설사 도약에 먹구름

이승찬 계룡건설 회장.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계룡건설이 영업정지 처분에 따라 공공공사 강자라는 입지기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SK에코플랜트와 계룡건설 두 건설사에 지난해 4월 경기 시흥 교량 붕괴 사고를 이유로 2025년 12월1일부터 2026년 5월31일까지 6달 토목공사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당시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계룡건설은 그동안 공공공사 강자로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발주 공사 다수를 도맡아 성장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공공공사 신규 수주 1위를 차지했고 올해도 상반기 기준 업계 1위로 집계됐다.

지난 6월말 기준 도급건축공사 85건 계약잔액 3조2880억 원 가운데 47.6%(건수 기준 52건), 도급토목공사 69건 계약잔액 2조283억 원 가운데 98.4%(67건)가 공공공사로 파악된다.

함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SK에코플랜트의 상황은 계룡건설과 조금 다르다. 건설업 외에도 환경과 에너지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춰 토목건축공사업 영업정지금액의 매출 내 비중도 35.3%에 그쳤다. 

영업정지 현실화 여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SK에코플랜트는 물론 계룡건설이 집행정지 신청과 취소소송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워 법원에서 최종 결과가 결정된다.
 
계룡건설은 공시를 통해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며 “영업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행정처분 취소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영업활동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 사이 대형 건설사가 비슷한 사례로 영업정지가 집행된 사례는 없었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모두 영업정지 처분 뒤 1달 안팎으로 취소 신청 인용을 받았다.
 
계룡건설 LH 훈풍 기대 속 영업정지 고비, 이승찬 10대 건설사 도약에 먹구름

▲ 계룡건설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영업정지는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높아진 산업재해 경각심과 맞물려 향후 사업에 변수를 맞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를 산업재해를 뿌리뽑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했고 고용노동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9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내놨다. 중대재해 반복 발생시 과징금 도입 및 영업정지 처분 반복시 건설업 인허가 취소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중대재해 반복 발생 건설사의 공공사업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등도 대책에 포함됐다. 공공입찰 낙찰자 선정 항목에는 중대재해 위반 항목도 새로 만들어진다.

계룡건설은 또한 사고로 제재를 받은 만큼 한동안 시공능력평가 순위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사고 뒤인 2024년 5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뒤 2023년 10위에서 11위로 밀려났다.

사고에 따라 신인도평가액은 물론 손실 설정으로 경영평가액이 줄어든 영향이 있었다.

이승찬 계룡건설 회장이 최근의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승세를 토대로 주요 건설사 등극을 노리고 있었지만 이번 사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셈이다.

계룡건설은 올해 시평 순위 15위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순위를 기록했다. 꾸준히 공사실적평가액이 우상향했고 경영평가액도 크게 늘어난 영향에 전체 시공평가액도 3년 연속으로 올랐다. 

증권가는 건설·부동산 경기가 침체기를 겪는 가운데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고 계룡건설은 탄탄한 입지를 갖춘 대표적 ‘옥’으로 꼽혔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9·7 대책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중심으로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을 때는 계룡건설과 같은 탄탄한 중견 건설사가 대표 수혜기업으로 여겨졌다.

계룡건설도 지난 18일 LH 발주 국내 최초 주상복합 건물 서울 서대문 좌원상가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되며 기대감을 키웠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계룡의 도급순위 10위권 내 진입도 꿈같은 일이 아니다”며 “혼자 꾸면 꿈일 뿐이지만 함께하면 현실이 된다”고 말했으나 이런 포부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