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9월21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경기장에서 열린 찰리 커크 추모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 폐지를 위기가 아닌 테슬라의 새 성장동력을 다시금 주목받을 계기로 삼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론 머스크 CEO는 22일(현지시각) 테슬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옵티머스 로봇 양산은 돈을 찍어내는 일과 같다"고 말했다.
인간형 휴머노이드 로봇이 곧 테슬라의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성공에 확신을 보인 셈이다.
테슬라는 이르면 내년 초 신형 옵티머스 로봇 시제품을 선보인다. 휴머노이드 양산을 위한 생산라인 구축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사업이 “스타트업에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며 테슬라가 독보적 우위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차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나 중국 유니트리 등 기업이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테슬라 경쟁사로 주목받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는 로봇 양산을 위해 필요한 부품 등 공급망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수직계열화, 설비 투자 등 측면에서 테슬라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업은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율주행 로보택시와 관련한 사업 확장 계획도 제시됐다. 연말까지 미국 네바다와 플로리다, 애리조나주 등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내용이다.
로보택시 전용 차량인 ‘사이버캡’이 내년 2분기 양산에 들어가며 테슬라 전기차 가운데 생산 증가폭이 가장 클 것이라는 계획도 제시됐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는 현재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제조사가 아닌 인공지능 기업으로 탈바꿈할 준비가 완전히 갖춰졌다고 선언한 셈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번 콘퍼런스콜에서 대대적 변화를 선언한 배경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폐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번에 실적을 발표한 3분기를 끝으로 전기차 구매자에 최대 7500달러(약 1100만 원)를 제공하던미국 연방정부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3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3분기보다 7% 늘었다. 매출은 같은 기간 12%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10월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영화 '트론: 아레스' 시사회에서 시연되고 있다. <테슬라>
테슬라는 이번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출하량 목표도 제시하지 않았다. 인공지능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일론 머스크는 수 년 전부터 테슬라의 전기차가 아닌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사업이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는 투자자들 및 증권가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인공지능 사업에서 거의 매출이 나오지 않는 만큼 테슬라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데 전기차 사업 이외에는 참고할 요소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모간스탠리를 비롯한 주요 증권사 연구원들도 이전과 달리 전기차와 관련한 질문은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 정책 변화로 테슬라 전기차 사업에 기대치가 크게 낮아지며 인공지능 신사업에 시장의 관심이 더 집중되는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꾸준히 추진해 온 방향과 일치하는 만큼 오히려 테슬라가 이와 관련한 성장성을 더욱 주목받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블룸버그는 “테슬라는 여전히 근본적으로 전기차 제조사”라며 “인공지능 신사업에서 본격적 매출을 올리기까지는 최소 수 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