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그래픽 씨저널>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는 올해 재무·법률·기술 전문성이 균형을 이룬 구성에서 재무 전문성이 강화됐다.
법률 전문가인 허근녕 사외이사가 물러나고 재무 전문가 이호승 사외이사와 함께 유승호 CFO가 자리를 채우면서 이사회가 재무역량 중심으로 재편된 셈이다.
이는 인적분할를 비롯한 지배구조 변화를 앞두고 재무건전성과 효율적 자본운용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년 만에 CFO를 교체했다는 점은 유승호 CFO 역할의 중요성에 무게를 더한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생활가전지원팀, DX부문 경영지원팀 등 주요 요직에서 전략과 재무 경험을 쌓았다.
2023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합류해 경영관리 담당을 거쳐 CFO에 올랐다.
◆ 인적분할 이후 지배구조 논란 대응·투명성 강화
올해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삼성에피스홀딩스 인적분할을 마무리했다.
유승호 CFO는 분할 작업을 전면에서 수행하며 시장에 제기된 ‘오너 지배력 강화’ 목적의 지배구조 재편 논란을 잠재우는 데 집중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자금을 확보해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인적분할을 2030년 12월 말까지 지배구조 개편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삼성바이오에피스도 5년 동안 상장하지 않겠다고 증권거래소에 확약했다.
4년 동안 거래소의 점검을 받고 위반사항이 있을 경우 제재를 가하는 것에 수용하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분할존속회사와 신설회사 사이 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 유상증자나 지주사-자회사 관계형성, 중복상장 등의 인적분할 목적과 다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인적분할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올해 11월14일까지 신설 자회사 설립을 마치기로 했다.
윤 CFO는 존 림 대표와 함께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존 림 대표가 4억 원, 유 CFO가 2억 원가량의 주식을 매수했다.
◆ 대규모 투자 속 재무 건전성 유지 과제
유승호 CFO는 올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인적분할 뒤 새로운 지배구조 체제에서 재무 안정성과 투자전략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4공장 가동, 5공장 착공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무 건전성 유지가 중요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2조5882억 원, 영업이익 9623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산 17조7736억 원, 부채비율 53.2%, 차입금비율 11.6% 수준을 유지했다.
현금성 자산도 7천억 이상 확보하며 확장 투자에도 안정적인 현금창출력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유 CFO는 앞으로 글로벌 거점 확대와 모달리티(치료 기술 플랫폼) 다변화 전략 추진 과정에서 거점별 비용구조와 환리스크를 관리해야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김수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적극적인 설비투자에도 우수한 영업현금창출력 덕분에 안정적 재무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다만 대규모 투자 집행에 따른 자금지출 부담은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분식회계 논란 이후 ‘내부통제·ESG’ 체계 재정비
유승호 CFO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 논란 이후 내부통제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2018년부터 이어진 논란은 올해 7월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최종 무죄판결이 확정되면서 마무리됐다.
7년 동안의 재판 과정은 내부 통제 기능 강화의 계기가 됐다.
유 CFO는 내부회계관리 투명성과 공시 신뢰성, ESG 기준 구체화 등 전반적인 지표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ESG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온실가스 배출검증과 여성 관리자 비율 확대(목표 30%), 협력사 청렴계약 100% 체결 등을 주요지표로 설정했다.
글로벌 기준으로 평가받는 MSCI의 ESG 등급과 서스테이널리틱스 리스크 점수,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보고 등도 공개하고 있다.
◆ 현금흐름과 배당정책, 투자와 주주환원의 균형 과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주주총회에서 잉여현금흐름(FCF)의 10% 내외를 배당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2025년까지 검토된 배당정책을 안내하겠다고 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 자본적 지출(CAPEX)를 뺀 나머지 금액을 나타낸다.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은 3557억 원으로 2023년보다 47% 줄었지만 2023년부터 2년 동안 흑자를 유지했다. 감소 요인은 설비투자(CAPEX) 확대에 따른 현금 유출로 분석됐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은 1조2천억 원을 넘어서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5조7865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7천억 원가량 늘었다.
다만 1조9천억 원을 들여 5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바이오캠퍼스 2단지에 신공장과 ADC 전용 설비 건설이 예정돼 있어 CAPEX는 당분간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배당여력에 대한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유 CFO가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주주환원과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를 지속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과제도 안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배당정책과 관련해서는 올해 안에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