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가상자산 규모가 올해 9개월 동안 124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2027년부터 시행될 코인 과세를 앞두고 정부의 과세 시스템과 관리 체계에 공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로부터 받은 올해 9개월 간 해외 입출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외 거래소로 출고된 금액이 124조3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2년 전인 2023년 45조 원의 3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힘 박수영 "올해 9개월간 가상자산 해외유출 124조, 과세 시스템 공백"

▲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 10월18일 정부대전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조달청·관세청·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의원은 "그 가운데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가 74조3천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빗썸이 44조1천억 원을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원화로는 해외거래소에 직접 계좌를 열 수 없는 탓에 해외거래소를 통해 투자하려는 이들은 먼저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 시장에서 화폐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사서 해외 거래소로 출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출고된 금액이 124조 원에 달한다는 건 그만큼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 5대 거래소로 입고된 금액은 123조5천억 원으로 출고된 돈이 8천억 원 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입고액은 123조 원 가량에 그치며 출고된 돈이 2조8천억 원이나 많은데 한국 거래소와 달리 선물 투자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있는 해외 거래소가 매력적인 탓에 국부가 꾸준히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박 의원은 바라봤다.

박 의원은 또한 2027년 1월1일부터 시작되는 코인 과세를 앞두고 한국을 빠져나간 가상 화폐와 이로 인한 수익을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선물 거래나 거래소별 가격 차이에 대한 차익 거래 등을 실현한 뒤 국내로 자금을 복귀시켜 원화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투자자들이 해외의 어떤 거래소에서 어디에 투자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해 사실상 과세 관리에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를 위해선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사고팔면서 거둔 '차익'을 알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취득 시점의 원가를 확인해야 하지만 언제, 얼마에, 어떤 방식으로 샀는지 과세당국이 파악해 입증하기 어렵다"며 "현재 국세청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대비하는 인력은 5급과 6급 직원 각각 1명씩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가상자산 과세가 2027년으로 유예되면서 인력배치도 보류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일단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 거래소로 가상자산을 입고할 때 납세자가 스스로 취득원가를 입력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취득원가를 뻥튀기해 차익을 축소하는 등 세금 회피 가능성만 키운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정부는 오는 202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도입하면 자동으로 가상자산 거래내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전체 거래량을 총량으로 파악하는 개념으로 개개인이 매 거래마다 얼마에 가상자산을 사고팔았는지를 알려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정부는 납세자의 신고 의존형 방식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 고의적 탈세·축소 신고를 걸러낼 인력도 시스템도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 해외로의 '코인 무브' 속에서 국세청의 투자자 보호와 과세 대비는 구멍투성이"라며 "가상 화폐 유출에 대비한 정부의 제도 개선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