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투자청 코스맥스 3대주주 되다, K뷰티 유럽 공략 '장기 동행' 신호탄

▲ 코스맥스가 유럽 시장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왼쪽)이 2023년 6월29일 경기도 성남시 코스맥스 판교사옥에서 바바라 라베르노스 로레알그룹 연구혁신 및 기술부문 수석 부사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코스맥스>

[비즈니스포스트]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코스맥스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단숨에 3대주주에 올라섰다. 단순 지분 확보를 넘어 K뷰티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전략적 베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GIC가 코스맥스의 북미·유럽 중심 글로벌 진출 로드맵에 장기 파트너로 합류했다고 보고 있다. K뷰티 대표 주자에 대한 해외 자금의 관심이 실제 지분 투자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K뷰티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GIC의 코스맥스 지분 인수, 로레알의 닥터지 및 스타일난다 인수 사례 등을 꼽을 수 있다.

GIC는 지난 9월17일 코스맥스 주식 56만8084주를 매입해 지분율 5.005%를 확보했다. 이어 9월18일부터 30일까지 추가로 15만513주(1.327%)를 사들였다.

이로써 GIC가 보유한 코스맥스 주식은 총 71만8597주로, 지분율은 6.332%로 늘어났다. 현재 지분율 기준으로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와 국민연금공단에 이어 3대주주 자리에 올라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GIC의 투자 목적이 단순 지분 매입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코스맥스의 유럽 시장 공략 가능성에 주목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금융과 물류 허브이자, 유럽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대표적인 개방형 도시국가다. 자본 이동과 사업 확장, 투자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지리적·경제적 특성은 GIC의 투자 전략에도 깊숙이 반영되어 있다.

실제 GIC는 운용 자산의 약 35%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에 투자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유럽 전역의 기업과 산업 전반에 자산운용을 확대하며 글로벌 펀드들과 경쟁적으로 투자 입지를 넓혀왔다.

이번 코스맥스 지분 매입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유럽 시장에서의 실행력과 현지 브랜드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GIC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에 그치지 않고 코스맥스의 글로벌 확장 전략의 실질적 파트너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GIC는 장기 가치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산업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대표적인 국부펀드다. 최근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KT&G 등 글로벌 확장성이 기대되는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국내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워왔다.

특히 코스맥스가 북미에 이어 유럽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해외 고객사 다변화와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유럽시장 특유의 까다로운 인증과 품질 기준을 빠르게 충족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품질 시스템을 갖춘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 코스맥스는 유럽시장을 염두에 두고 서구권 중심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코스맥스 미국법인인 코스맥스USA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2023년 4.38%, 2024년 4.60%, 2025년 상반기에는 6.75%까지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R&D 강화 기조가 향후 유럽 법인 설립 시에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 코스맥스 3대주주 되다, K뷰티 유럽 공략 '장기 동행' 신호탄

▲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가 코스맥스 3대 주주에 올랐다. 사진은 코스맥스가 2024년 12월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코스맥스>


글로벌 생산 기준에 필요한 인증도 이미 다수 확보한 상태다.

코스맥스는 CGMP, ISO9001(품질경영), ISO14001(환경경영), OHSAS18001(보건안전경영), ECOCERT(유기농 인증), ISO22716(화장품 국제표준), FDA OTC(미국 FDA 의약외품 및 화장품 인증), EVE VEGAN(프랑스 비건 화장품 인증) 등 다양한 인증을 갖추고 있다. 유럽 진출 시 기술적·제도적 진입 장벽을 빠르게 넘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고객사와의 협업 경험도 탄탄하다. 

코스맥스에 따르면 현재 로레알, 메리케이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직접 개발·생산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엄격한 품질 검증을 통과한 이력도 있다. 유럽시장의 복잡한 규제 환경에서도 충분한 대응력을 갖췄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 생산 거점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코스맥스는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글로벌 주요 거점에 생산기지를 두고 현지 맞춤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유럽 생산기지 확보를 통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지난 8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내년 이탈리아에 생산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며 유럽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탈리아는 유럽 내 화장품 제조 중심지이자 품질 기준이 높은 국가다. 현지 생산 거점 확보 시 코스맥스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코스맥스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사무소를 통해 유럽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확보한 상태다. 로레알,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포함해 글로벌 상위 20개 뷰티 브랜드 가운데 15개사와 거래 중인만큼 현지 네트워크 역시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평가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K뷰티 해외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한국은 물론 해외 법인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포트폴리오 전략과 전 세계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글로벌 확장성을 통해 입지를 견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