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용 GS건설 사장이 올해 국내 주택시장의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GS건설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2만3천여 가구의 주택을 분양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분양물량이 15%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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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용 GS건설 사장. |
정부가 지난해 말 부동산 규제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올해 주택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GS건설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에 서울 강남4구를 비롯한 분양과열 지역의 아파트분양권 거래를 최대 2년 동안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어 잔금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조치까지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근 수도권에서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단지의 미분양 사태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형건설사가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분양한 GS건설의 ‘신촌그랑자이’와 삼성물산의 ‘래미안아트리치’, 현대산업개발의 ‘잠실올림픽아이파크’ 등도 내집마련 추첨까지 가서야 겨우 완판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부동산시장이 앞으로도 당분간 침체기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주택시장에 신중하게 접근해 수익성 위주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주택시장이 지난해만큼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며 올해 GS건설의 아파트브랜드 ‘자이’의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을 방어하겠다는 경영전략을 세웠다.
임 사장은 올해 전국 20개 곳에서 아파트를 분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에 15개 단지가 몰려있는 점을 놓고 볼 때 GS건설이 비교적 미분양 위험이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임 사장은 ‘2017년도 경영전략’을 통해 재건축과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부문에서도 분양성적이 양호한 대단지를 수주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임 사장은 2015년에 전국에서 모두 8조180억 원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해 GS건설을 이 분야 1위 건설사로 만들었는데 지난해에도 2조3973억 원의 일감을 확보하며 도시정비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사업의 경우 중동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눈을 돌려 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으로 신규수주를 회복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가 공개하는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해 해외에서 모두 4건, 21억 달러 규모의 일감을 확보했다. 이는 2015년보다 수주금액이 62% 급감한 것이다.
임 사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토목공사와 보츠나와 발전소 프로젝트 등을 수주하며 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는데 올해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임 사장은 최근 GS건설 전 임직원들에게 프랑크 디쾨터 홍콩대학교 인문학 석좌교수가 쓴 '해방의 비극'이라는 책을 선물하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방의 비극'은 모택동이 이끄는 공산당이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과 벌였던 전쟁에서 승리한 뒤 중국 인민들이 겪었던 삶을 조명한 책이다.
임 사장은 책 선물과 함께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장개석이 모택동에게 진 것은 비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이 정도면 많이 개혁해 국민들에게 (충분히) 먹힐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 사장은 “반면에 모택동은 비전을 제시하면서 사람을 휘어잡았다고 볼 수 있다. 기업으로 치자면 고객의 요구를 개발하고 리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