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투자증권 이사회서 사내이사 힘 너무 크다, 경영권 분쟁 겪은 이병철 소액주주 지지 위해 바꿀까

▲ 김지완 당시 BNK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이병철 당시 KTB금융그룹(현재 다올금융그룹) 부회장이 2019년 10월2일 서울 여의도 KTB빌딩에서  '사업 협력 강화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 BNK금융그룹 >

[비즈니스포스트] 다올투자증권의 전체 주식 가운데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38.88%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이다.

상장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미래에셋증권, 교보증권, LS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상상인증권 등 많은 수의 상장 증권사보다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큰 곳이 바로 다올투자증권이다.

이병철 회장은 2018년 다올투자증권의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 줄곧 ‘주주친화 경영’을 강조해 왔다.

2019년에는 18년 만의 보통주 배당을 실시했고 이후로도 계속해서 현금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2023년, 2024년에는 2년 연속으로 영업적자, 단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현금배당을 이어갔다. 

문제는 기업의 ‘밸류업’이 단순히 배당성향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상법 개정안 등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가 기업가치 제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으며 다올투자증권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 사외이사 과반이지만 위원회마다 사내이사 1명씩, 이사회 독립성 문제 없나

다올투자증권의 이사회는 2025년 현재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의장은 사외이사인 이혁 변호사가 맡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ESG기준원에서 발간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사회 의장은 경영진을 대표하는 대표이사와 분리하여 선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외형상 독립성 요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사회 내 위원회 운영에서 사내이사들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다올투자증권의 이사회 내 모든 위원회에는 사내이사가 한 명씩 포함돼있다. 감사위원회에는 서규영 이사, 리스크관리위원회와 내부통제위원회에는 황준호 대표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는 이병철 회장, 보수위원회에는 전수광 전무가 각각 참여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가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사결정의 ‘전초기지’인 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사내이사가 영향을 미칠 여지가 매우 크다. 

● 감사위원회와 보수위원회에도 사내이사, 사외이사추천위원회도 없는 이사회

특히 감사위원회, 보수위원회 등에도 사내이사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한국ESG기준원은 이사회 운영 가이드라인을 통해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의 업무는 회사의 업무 및 회계에 대한 내부감사, 임원의 성과 평가와 보수 결정 등 사내이사와 주주들 사이의 이해상충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렇기 때문에 수행 주체가 고도의 독립성을 갖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다올투자증권 이사회의 약점 가운데 하나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전문성과 독립성 등 적격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역할, 이사회의 요청에 따라 각 위원회를 구성할 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는 역할 등을 담당하는 위원회다. 

한국ESG기준원은 역시 이사회 운영 가이드라인에서 “대규모 상장 기업은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라며 “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상설화하여 사외이사 후보군을 관리할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추위는 ‘누가 이사회에 들어오느냐’를 좌우하는 입구를 독립적으로 관리해 이사회 전체의 질과 독립성을 담보하는 핵심 장치”라며 “이사회 구성의 질을 경영진·오너의 영향에서 분리해, 전문성과 다양성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선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최대주주 지분율 25%의 불안한 지분구조, 이사회 개편의 실질 동력 될까

이병철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은 다올투자증권 지분의 약 24.98%를 보유하고 있다. 그 외의 주주는 DB손해보험 9.73%, 오투저축은행 6.94%, 케이프투자증권 5.06%, 그리고 다올투자증권 경영권 분쟁의 핵심 인물이었던 김기수 전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4.62%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제외하고서도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가 3곳, 그리고 이 회장에게 명시적으로 적대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지분이 4.62%인 셈이다.

경영권 분쟁이 끝났음에도, 그리고 케이프투자증권은 이 회장의 ‘백기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다올투자증권 지분의 38.88%는 소액주주가 쥐고 있다. 주요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이 벌어지면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2024년 다올투자증권 경영권 분쟁에서 김기수 전 대표가 패배한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점을 꼽는 시선이 많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었다면 김 전 대표가 충분히 승리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 열릴 주주총회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붙잡는 것이 이병철 회장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인 이유다. 

그리고 현재의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식이 주주 대표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소액주주의 신뢰를 확보하는 동시에, 향후 경영 리스크를 낮추는 가장 효율적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있으며 각 위원회는 사외이사가 2/3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어 운영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현재로서는 특별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아 별도의 개선계획은 없지만 문제가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