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 품목 확대 준비, "관세 회피 꼼수 차단"

▲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 설치된 깃대에 유럽연합 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탄소 관세 제도 적용 대상 품목을 확대하는 등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유럽연합 내부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개선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개선 패키지에는 구체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 대상 품목 확대, 관세 회피 시도 차단, 역내 수출산업 지원책 마련 등이 포함됐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에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 만큼 유럽연합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일종의 관세 제도다. 기존에 대상으로 한 품목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수소, 전력, 비료 등 6가지였다.

유럽연합은 이번에 적용 품목을 세탁기 등 여러 공산품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산 공산품에도 제도를 적용하지 않으면 외국 기업이 외부 생산망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원재료를 활용해 제품을 만든 뒤 유럽으로 수출하는 식으로 관세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의 유럽연합 관계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탄소국경조정제도 수입을 활용해 해외 제품 의존도가 높은 부문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탄소국경조정제도 강화를 고려하고 있는 이유는 회원국들이 해당 제도가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알루미늄, 전력 등은 모두 산업계에서 사용되는 원재료들로 배출권 가격이 붙게 되면 유럽 기업들의 공산품 생산단가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독일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대신 자국 산업계에 배출권 무상할당 기한을 연장해줄 것을 요구했고 프랑스는 탄소국경조정제도 품목을 여러 공산품까지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익명의 유럽연합 관계자는 "화학 같은 부문은 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에는 화학까지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탄소국경조정제도 확대 방안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내부적으로만 논의되고 있으며 확정된 이후에도 유럽의회와 회원국 승인이 필요해 발효 시점은 최소 2027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