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정상회담 빈 수레 그쳐, 트럼프 불참하고 중국 기대이하 목표 내놔

▲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정상회담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정상들이 모인 기후 정상회담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낸 채 종료됐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으로 회담에서 빠졌고 중국도 글로벌 기후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계획을 제시했다.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현장에서는 세계 각국 정상들이 참석한 기후정상회담에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기조연설에서 "기후변화는 역사상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비판한 뒤 곧바로 백악관으로 복귀해 기후정상회담에 불참했다.

각국 정상들은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주관 아래 회담을 이어갔다.

이번 회담장에서 세계 120여 개국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여러분의 새로운 계획은 우리에게 중요한 진전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훨씬 더 멀리 훨씬 더 빠르게 온실가스 감축을 실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내놓은 판결을 언급하며 각국이 '2035 NDC'를 파리협정 이행 수준에 부합하도록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파리협정이란 2015년에 세계 각국이 맺은 협정으로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세계 각국이 파리협정을 준수할 수 있는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설정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배할시 국제법 위반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과학은 지금 행동을 요구하고 있고 법은 그 행동을 하도록 명령한다"며 "경제 역시도 행동을 강요하고 있으며 사람들도 우리가 이를 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11월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을 주최하는 브라질은 2035 NDC를 59~67%로 설정했다. 브라질은 현재 세계 5위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산유국이기도 하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번 회담장에서 "이번 NDC 발표는 과학이 보여주는 것을 우리도 믿는지 나타낼 것"이라며 "우리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지도자들을 믿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은 내부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목표를 제시하지는 못했으나 COP30 이전까지 최대한 빠르게 확정해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기후정상회담 빈 수레 그쳐, 트럼프 불참하고 중국 기대이하 목표 내놔

▲ 시진핑 중국 주석(오른쪽 화상)이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 유엔본부에서 화상을 통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르슬라 폰 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2035 NDC가 66%에서 72% 사이가 될 것"이라며 "유럽연합은 이미 2030년까지 55% 감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경로에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2035 NDC를 62~70%로 확정해 제출했다. 군서도서국가연합은 2035 NDC를 44%로 일괄 설정해 공개했다.

각국이 파리협정 목표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NDC를 설정해 제출한 가운데 중국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계획을 공개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이번 기후정상회담에 화상으로 참석해 "2035 NDC를 7~10%로 설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국내외 기후전문가들이 파리협정 준수를 위한 최저점이라고 분석한 30%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었다.

케이시 브라운 E3G 기후외교 및 거버넌스 담당 부국장은 가디언을 통해 "중국의 2035년 목표는 필요한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중국의 탈탄소화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는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단기 목표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다자주의와 친환경 경제 리더십을 보인다는 이미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세계 시장에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2035 NDC에 더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대적으로 확충할 계획도 함께 공개하며 이번 NDC가 최대한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녹색 저탄소 전환은 우리 시대의 흐름"이라며 "일부 국가들이 이같은 흐름에 역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올바른 길을 견지하고 확고한 신뢰와 행동,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아닌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다른 국가들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개도국의 권리는 온전히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중국 산업계는 더 높은 감축목표를 달성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폴 블레드소 전 백악관 기후자문위원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중국의 새로운 공약은 친환경 에너지 경제가 배출량 감축에 도움이 되기 시작했다는 좋은 신호이나 아직 충분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며 "중국은 이 목표를 훨씬 빨리 달성할 역량이 충분한 나라"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