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를 한 뒤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도이치방크를 상대로 낸 증권집단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김경 부장판사)는 20일 김모씨 등 개인투자자 6명이 도이치방크를 상대로 낸 85억 원 규모의 증권집단소송에서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개인투자자, 도이치방크 상대 증권집단소송 첫 승소  
▲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이번 판결은 국내에 증권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12년 만에 나온 첫 본안판결이다.

증권집단소송제도는 피해를 본 투자자 일부가 소송을 제기해 이기면 동일한 피해를 본 나머지 투자자들도 똑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재판부는 “도이치방크의 주식매도행위는 주가연계증권과 관련해 수익 만기상환 조건이 충족되지 않도록 주식의 기준일 종가를 낮추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시세조종행위 내지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2007년에 내놓은 주가연계증권 상품인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 제289회’(한투289ELS)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25%를 손실한 494명 가운데 제외신고를 한 30명을 뺀 464명은 별도의 소송을 거치지 않고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한투289ELS는 만기일에 KB금융 보통주의 주가가 5만4740원 이상이고 삼성전자 보통주의 주가가 42만9천 원 이상일 때 수익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해야 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도이치방크와 해당 주가연계증권 상품과 같은 구조의 ‘주식연계 달러화 스와프계약’을 맺었다.

KB금융 주가는 만기일인 2009년 8월26일 장이 마감되기 직전 5만4800원이었으나 도이치방크가 KB금융 주식을 낮은 가격에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종가가 하락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2012년 도이치방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금융회사의 부당행위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경우 금융회사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