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가 전체 생산량 가운데 절반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가 생산면에서 미국 수출용 닛산 로그에 크게 의존하면서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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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 |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모두 24만 대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17만 대가 미국에 수출하는 로그였다. 로그의 생산비중이 66%나 되는 셈이다.
르노닛산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로그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르노삼성차가 높은 생산성과 경제성 덕분에 일본 생산물량을 확보하면서 미국에서 판매되는 로그 가운데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멕시코산 수입차만 특정해 35%의 높은 관세를 매기기겠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일본차와 한국차가 관세폭탄의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19일 “일본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수는 멕시코의 2배 수준이며 현대기아차의 본고장인 한국도 미국에 자동차를 일방적으로 수출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35%의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범위가 확대될 경우 멕시코를 비롯해 일본과 한국도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그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수입차 가운데 1위 스바루의 포레스터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차다. 일본차와 한국차가 관세폭탄을 맞을 경우 미국에 대량의 로그를 수출하고 있는 르노삼성차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국내 완성차회사 가운데 기아차뿐만 아니라 르노삼성차도 트럼프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기아차는 지난해부터 멕시코에 연간 4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가동했다.
GM과 피아트크라이슬러, 포드, 토요타,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은 트럼프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잇따라 미국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멕시코를 중심으로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미국에서 팔고 있는 자동차의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르노닛산은 아직 새로운 미국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주요 완성차회사들이 대거 미국투자에 나선 만큼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18일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자동차시장이기 때문에 미국정부의 변화에 적응해야할 것”이라며 “지금은 (투자를) 결정하기보다 정책을 기다릴 때”라고 밝혔다.
르노삼성차는 르노닛산과 2014년 9월부터 5년 동안 부산공장에서 로그 40만 대를 생산한다는 계약을 맺은 만큼 트럼프 정부의 관세압박이 한국차에 미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멕시코에 공장을 운영하는 완성차회사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며 “르노닛산이 르노삼성차의 로그 생산능력을 인정한 데다 2019년까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현재까지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