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이 일부 상장 계열사들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개편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추진하는 현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을 호텔서비스, 화학, 식품, 유통 등 4개의 그룹으로 나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데 이와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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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한 뒤 투자회사를 합병하여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동시에 합병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이 연구원은 "결국에는 한국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 및 롯데쇼핑 가운데 롯데쇼핑 투자지분이 주축이 된 지주회사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다른 한편으로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그룹의 지분율을 낮추면서 한국롯데를 독립적인 구조로 운영하기 위한 지배구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결국에는 호텔롯데 투자회사와 롯데쇼핑이 주축이 된 지주회사와 합병 등을 통해 신동빈 회장이 지배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한국롯데의 확실한 오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는 19일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사체제 전환을 여러 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그동안 롯데그룹의 416개 순환출자 고리를 67개로 줄여 83.9%를 해소했다.
남아있는 순환출자 고리 가운데 54개 고리가 호텔롯데-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롯데쇼핑으로 이어진다.
롯데쇼핑은 롯데하이마트와 롯데닷컴, 코리아세븐 등 유통계열사 주식 외에도 롯데푸드(3.4%), 롯데리아(38.7%), 롯데상사(27.7%)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경우 롯데칠성음료와 롯데푸드, 롯데리아 등 식품계열사 지분 외에 롯데쇼핑(7.86%), 롯데닷컴(8.54%), 코리아세븐(16.5%)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신 회장으로서는 롯데그룹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해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먼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의 지배구조 개선은 신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롯데그룹 경영체제 개편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롯데그룹은 매킨지의 제안에 따라 사업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들을 묶어 유통, 호텔서비스, 식품, 화학 등 4개의 BU(Business Unit)체제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화학과 호텔서비스의 경우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를 정점으로 지배구조가 어느 정도 정리돼 있다. 그러나 식품과 유통의 경우 순환출자고리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여전히 정리가 필요하다.
식품과 유통부문의 계열사들이 정리돼야 궁극적으로 호텔롯데를 지주사로 삼는 지배구조체제를 완성할 수 있다.
문제는 호텔롯데의 경우 지난해 6월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로 상장이 무산된 뒤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절차를 밟아야 해 조기에 지배구조개편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서 인적분할을 제한하는 법안 등 각종 경제민주화법안이 조기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선적으로 상장된 계열사 가운데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부터 지배구조를 정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쇼핑 등 4개 계열사는 그룹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분할 합병 등을 통해 지분정리가 불가피한 곳들이라 투자자들에게 투자시 참고하라는 차원에서 관련 공지를 했던 것”이라며 “아직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