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코스피지수가 4년 2개월 만에 역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다소 주춤했던 정책 견인 효과가 투자심리를 자극하면서 '코스피 5000'을 향한 전인미답의 길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는 올해 초 국내 증시 상승흐름에서 소외됐던 반도체 업종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코스피의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대주주 기준 유턴'에 코스피 사상 최고치, 반도체주 '5천 시대' 불씨 지핀다

▲ 10일 코스피지수가 3314.54으로 마감하며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다. 사진은 이날 정규거래 마감 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7%(54.48포인트) 오른 3314.53포인트로 마쳤다. 2021년 7월6일 세운 종가 기준 직전 최고치 3305.21포인트를 4년 2개월 만에 넘어섰다.

이날 장중에는 3317.77포인트를 기록하며 코스피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직전 장중 최고치는 2021년 6월25일 기록했던 3316.08포인트였다.

이번 상승세를 견인한 것은 정부의 ‘정책적 U턴’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여야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살아났다.

코스피지수는 9일과 10일 각각 1.26%와 1.67%씩 상승하며 3200선 초반에서 3300까지 껑충 뛰어 올랐다.

당초 정부는 7월3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려 했다.

8월1일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코스피는 이날 하루 만에 3.88% 급락한 뒤, 8월 한 달 동안 3100~3200선에서 오르내렸다.

내년 ‘코스피4000’을 전망을 내놓던 증권가에서도 ‘박스피’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대주주 기준 하향이 국내 증시 부양의 걸림돌로 지목되면서, 정부도 기존 50억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부의 시장 친화적 움직임에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도 화답했다.

9~10일 이틀간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약 2조586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이끌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도 1조1851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힘을 보탰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세제 개편과 함께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졌다”며 “8일 정부관계자들의 긍정적 발언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정부의 결심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과 실적 회복이 한국증시의 두 날개”라며 “배당최고세율 하향 논의까지 된다면 본격적으로 글로벌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도 증시 부양 의지가 드러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7일 새로운 정부의 첫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 공개되면서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의 자산 전환을 의도한다는 것이 시사됐다”며 “수혜가 기대되는 건설, 증권주들의 상승세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기준 유턴'에 코스피 사상 최고치, 반도체주 '5천 시대' 불씨 지핀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이 국내 증시 주도주로 떠올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특히 이번 증시 상승세에서는 반도체주의 약진이 눈에 띈다.

10일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5.56% 오른 30만4천 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주가가 올라, 이 기간 수익률 18.8%를 올렸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르는 동안, 코스피도 똑같이 7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자 역시 7만2천 원 선을 회복하며 상승 흐름에 올라타는 모양새다.

정해창 연구원은 “(이번 상승장에서) 국내증시를 주도한 것은 반도체 부문”이라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7천억 원 이상 순매수했고, ‘KRX 반도체지수’는 연고점을 갱신했다”고 짚었다.

반도체 상승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황준호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은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의 전반적 업황이 상승 사이클에 들어갔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반도체 부문의 긍정적 업황과 투자 심리에 따른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에, 이번 증시 상승세가 더욱 기대된다.

올해 초 나타났던 국내 증시 상승흐름에서는 ‘조선·방산·원자력’ 업종이 주도주로 떠올랐지만, 상대적으로 반도체주가 부진해 ‘반쪽짜리 상승’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