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삼성그룹이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삼성그룹 경영이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될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19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기각되며 삼성전자가 경영공백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며 “갤럭시노트7 단종여파 회복 등 현안이 중요한 상황에서 다행스러운 처지가 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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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 삼성그룹의 수뇌부는 불구속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놓고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박근혜 게이트 수사기간이 정해져 있고 또 영장이 기각될 경우 특검수사 전체가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청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이 부회장의 재소환과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의 불구속수사 원칙도 현 단계에서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정상적인 경영참여가 불가능해 주요 전략수립과 투자결정, 인수합병 추진 등의 최종승인을 받기 어려워져 리더십 공백이 생길 가능성에 노심초사했는데 경영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번 영장기각을 놓고 “삼성그룹이 원하던 방향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경영참여와 승계 등을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고 바라봤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하지만 김상조 한양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즈를 통해 “이 부회장을 둘러싼 논란과 법적책임 논의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기조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과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추진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검수사가 2월 말까지 진행되는 만큼 지배구조개편과 사업재편, 인사이동 등 주요 변화가 이른 시일에 추진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배임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으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삼성그룹은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한 적이 있다.
이 부회장도 재판을 받을 수밖에 없어 경영일선에 나서는 것을 자제하면서 삼성그룹은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삼성그룹은 이 과정에서 주주와 여론의 변화에도 촉각을 기울이며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투명성 강화와 경영쇄신 등에 더욱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비공식조직인 삼성미래전략실의 해체를 약속하고 경영쇄신과 정경유착 단절, 주주환원강화 등을 약속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 기각으로 여론이 더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삼성그룹은 이미지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지배구조개편 등에 주주 지지를 얻기 위한 긍정적 변화가 촉발될 수 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실적과 사업에 차질을 빚을 공산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LA타임스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계열사가 기술력과 시장경쟁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가 브랜드 이미지와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시장조사기관 커런트아날리시스는 “한국에서 받아들이는 삼성의 이미지와 글로벌 소비자들의 반응에는 큰 격차가 있다”며 “제품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 이상 글로벌시장에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