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생산 규제 '딜레마', 실효성 낮고 기술 경쟁력 약화도 리스크

▲ 중국 정부가 현지 전기차 제조사들의 가격 출혈 경쟁과 공급 과잉에 대응해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 및 기술 경쟁력 약화 리스크를 고려하면 이를 공격적으로 시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BYD 전기차 제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해지며 시진핑 정부가 결국 강력한 생산 규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BYD와 지리자동차 등 기업이 그동안 치열한 대결 과정에서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며 혁신을 주도해 온 만큼 경쟁 완화는 글로벌 경쟁력에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2일 “중국 정부가 전기차 가격 출혈경쟁을 더 이상 지켜보기만 하지 않게 됐다”며 “그러나 이러한 경쟁은 그동안 기술 혁신을 주도해 왔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현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친환경차 시장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오래 전부터 자국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제조사들의 생산 투자와 판매 확대를 적극 지원하고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제약한 전략이 성과를 냈다.

BYD는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이던 테슬라를 제쳤다. 지리자동차 등 다른 중국 제조사도 대표적 수혜 기업으로 떠올라 가파른 성장세를 이뤄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현재 중국의 시장 상황이 절대 이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성장한 다수의 전기차 제조사들 사이 치열한 대결이 이어지면서 수 년에 걸쳐 무리한 가격 인하로 수요를 확보하는 출혈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국 전기차 기업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도 은행 대출을 비롯한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해 꾸준히 생산 투자를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중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한 기업이 129곳에 이르는데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사업 구조를 확보한 기업은 15곳 안팎에 불과하다는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분석을 전했다.

중국을 넘어 세계 1위 업체인 BYD마저 계속되는 가격 경쟁에 수익성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결국 6월부터 자동차 제조사들이 부품 협력사에 대금을 반드시 60일 안에 납부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의 생산 규제를 시작했다.

부품 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무 구조가 악화한 기업은 생산을 늘리기 어렵도록 해 공급 과잉을 완화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8월 기준으로 이를 이행한 기업은 3곳에 그칠 정도로 중국 정부의 생산 억제 정책이 거의 실효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기차 생산 규제 '딜레마', 실효성 낮고 기술 경쟁력 약화도 리스크

▲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BYD 자동차 생산공장.

중국 은행들이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에는 반드시 대출을 제공해야 하는 규제의 영향을 받고 있어 제조사 및 부품업체에 끊임없이 자금을 대고 있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현재 중국 자동차 제조업이 고용 창출과 노동시장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공장 폐쇄와 인력 해고 등 실질적 변화를 이뤄내기 쉽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현지 전기차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차별화를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내면서 업계 전반의 기술 혁신을 주도해 왔다는 점도 시진핑 정부에 딜레마로 꼽힌다.

BYD의 전기차가 인공지능(AI)과 차량에 내장된 드론 등을 이용해 차량 외부의 사진을 운전자에 전송하는 등 첨단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예시로 제시됐다.

뒷좌석을 완전히 침대처럼 펼치고 운행할 수 있는 지리자동차 ‘지커’ 브랜드 차량도 기술 혁신 사례로 꼽혔다. 다양한 형태의 차량을 연구개발한 끝에 나온 제품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테슬라가 최근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현지 기업들의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과 기술력,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 어려워서라는 분석을 전했다.

만약 중국 정부의 생산 규제가 실제로 효과를 내 시장 경쟁이 완화되는 데 기여한다면 현지 제조사들이 이처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이유는 줄어든다.

시진핑 정부가 결국 전기차와 스마트카 분야에서 자국 업체의 역량 약화를 감수하고 생산 축소와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할지, 아니면 지금과 같은 환경을 유지해야 할지 딜레마를 안게 됨 셈이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 경쟁력은 미국과 무역 분쟁에 맞서 유럽과 호주, 동남아시아 등 지역에 위치한 국가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데도 중요한 카드로 꼽힌다.

결국 이러한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시진핑 정부의 전기차 공급 과잉 해소는 충분한 동력을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시진핑 정부의 지원과 치열한 시장 경쟁은 그동안 놀라운 속도의 전기차 기술 혁신을 이끌어 왔다”며 중국의 생산 규제가 실효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