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해운·항공 탄소세 도입 10년 연기 검토, "기업 경쟁력 유지 목적"

▲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 유럽연합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해운과 항공부문 탈탄소화를 위해 도입하고자 했던 탄소세 시행을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유럽연합 내부문서 초안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해운·항공 탄소세 시행 시기를 원래 계획보다 10년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1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세 개정안을 발표하며 해운·항공 탄소세 도입을 예고했다. 현재 유럽 내에서 해운과 항공 산업은 연료에 거의 면제에 가까운 최저한도의 세금만 부과받고 있다.

하지만 로이터가 입수한 유럽연합 내부 문건에서 "집행위원회는 2035년에 항공 운항 및 해상 운항에 관한 과세 가능성을 재검토하고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지침애 대한 개정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원래 에너지세 개정안은 올해 협의를 거쳐 내년에 시행될 것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이를 2035년으로 시행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서에 따르면 에너지세 개정안 일부 조항은 10년 내로 도입되는데 이것도 탄소세를 개인이 소유한 레저용 소형 선박, 19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 등에 사용되는 연료에만 부과하는 것으로 제한됐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5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 회원국 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게획됐다.

유럽연합 내무 문건에는 "이와 같은 조치는 유럽연합 기업들의 경쟁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내용도 들어있다.

로이터는 유럽연합 전체에 걸친 세제 개편은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래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로이터가 취재한 유럽연합 내부 관계자들은 대체로 해운이나 관광 부문이 큰 국가들이 세제 개편안에 거부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아일랜드, 몰타, 스페인 등 도서국가들과 도서지역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국가들이 언급됐다.

에너지세 개정안 발의를 주도한 것은 현재 유럽연합 의장국을 맡고 있는 덴마크다.

덴마크 정부 대변인은 로이터를 통해 "11월까지 세제 개편안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