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집권 뒤 첫 예산인 2026년도 예산안 규모를 2025년보다 8% 이상 늘렸다.

윤석열 정부에서 심각했던 세수 부족에도 ‘확장재정’으로 전환한 것인데 경기침체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경제 성장을 위한 씨앗을 뿌리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세수부족'에도 728조 슈퍼예산 편성, "씨앗 빌려서라도 농사 지어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728조 원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이날 의결한 내년도 예산안은 오는 9월 국회에 제출된 뒤 심사를 거쳐 12월에 확정된다.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2025년도 본예산(673조3천억 원)보다 8.1% 늘어난 규모다. 이는 2022년도 예산안(증가율 8.9%)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며 본예산 규모가 700조 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의 핵심을 두고 "단기적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R&D(연구개발) 예산을 올해보다 19.3% 늘린 35조3천억 원으로 편성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AI(인공지능) 예산도 2025년도(3조3천억 원)보다 3배가 넘게 증가한 10조1천억 원을 편성했다. 

이와 함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예산을 신규 배정했으며 향후 5년간 100조 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한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AI, 바이오, 콘텐츠, 방산, 에너지, 제조 등 6대 첨단산업 핵심기술 투자를 확대해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확장재정이 아니라 과감한 재정 지출이 경제성장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중앙세종청사에서 진해오딘 2026년도 예산안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위축된 경기와 얼어붙은 민생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정부 '세수부족'에도 728조 슈퍼예산 편성, "씨앗 빌려서라도 농사 지어야"

▲ 2026년도 예산안의 분야별 재원 배분 현황. <기획재정부>

구 부총리는 이어 “재정이 회복과 성장을 견인하고 선도 경제로의 대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총지출을 전년 대비 대폭 확대했다"며 "늘어난 재원의 대부분은 R&D·AI·초혁신경제 선도 산업 등 국가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제고할 분야에 집중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도 눈에 띈다. 특히 지방의 성장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29조2천억 원을 투입하고 거점 국립대 혁신(9천억 원)을 비롯해 지역 의료기관 장비 보강에 1조1천억 원, 광역철도망 구축에 1조7천억 원을 투자한다. 

다만 정부가 이러한 슈퍼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재정적자는 만만치 않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이번 예산 편성안을 발표하면서 110조 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고 그에 따른 이자 비용만 36조원 수준으로 추계했다. 또한 국가채무는 1415조2천억 원까지 늘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51.6%)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서게 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원 연찬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정부의 예산안 편성을 두고 “금년도 30조원 정도 추경을 했고 소비쿠폰도 나눠줬다”며 “결과적으로 성장률이 안 나오기 때문에 세입이 줄어드는데 세입이 줄고 세출이 늘면 중간에 빈 부분을 전부 다 국채로 발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부담을 알면서도 국가 재정을 과감히 투자하는 이유로 0%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계기를 지금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크게 도약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뿌릴 씨앗이 부족하다고 밭을 묵혀놓는 그런 우를 범할 수 없다.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강조했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실장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채무만 관리하려고 지금 할 일이 있는데 투자하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리스크가 있지만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추구하는 ‘적극 재정→경제 성장→세수 증대를 통한 지속가능 재정’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느냐가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 평가에 결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 부총리는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 경제 성장이 견고해지고 세입 여건이 개선되면 다시 재정 건전성이 확보되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