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인공지능(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의 협력과 인수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AI 경쟁에서 뒤쳐진 애플은 퍼플렉시티 인수를 노리고 있지만 내부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퍼플렉시티와 협력으로 애플의 모바일 AI 추격을 따돌리려 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전문가들은 AI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애플이 퍼플렉시티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내부 반발에 부딪혀 실패한다면 모바일 AI 시장에서 더욱 뒤쳐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퍼플렉시티와 더 깊은 협력을 추진하며 애플 인수 가능성을 낮추고, AI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격차를 벌리려고 하고 있다.
28일 스마트폰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애플이 퍼플렉시티 인수를 고심하고 있지만, 내부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에디 큐 애플 서비스부문 수석 부사장은 퍼플렉시티 인수가 미래 회사의 AI 서비스에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회사 AI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 자체 AI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수에 적극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빅테크 기업과 AI 기술력에서 격차가 벌어지며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은 지난해 열렸던 개발자회의 ‘WWDC 2024’에서 아이폰16 시리즈 출시와 함께 약속했던 여러 AI 기능들을 적용하지 못했고, 올해도 여전히 AI 기술에서 이렇다할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애플의 AI 기능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자, 서울YMCA는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또 전미광고협회(BBB)의 국가광고부서(NAD)는 애플이 AI 기능 마케팅에서 과장된 표현이 있었다며 수정 권고를 내렸다. 문제가 됐던 AI 기능 관련 과장 표현은 ‘지금 바로 가능(Available Now)’ 문구였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연구원은 최근 경제 전문지 포츈과 인터뷰에서 애플의 AI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으며, 뒤처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퍼플렉시티 인수라는 점을 주장했다.
아이브스 연구원은 “애플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앉아 시속 100마일로 지나가는 제4차 산업혁명 경주를 지켜보고 있다”며 “뒤쳐지고 경쟁할 AI 기술도 없는 애플의 시간은 이미 12시를 지나고 있으니, 퍼플렉시티를 인수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애플의 퍼플렉시티 인수는 성사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애플은 1330억 달러(185조 원)의 현금 보유고를 지니고 있고, 퍼플렉시티 기업가치는 약 180억 달러(25조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인수를 위한 자금은 충분하지만, 애플의 인수 의지가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최근 투자사 관계자들이 애플 본사를 방문해 AI 분야의 대규모 인수나 다른 형태의 거래를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애플 측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애플과 AI 격차를 벌리기 위해 퍼플렉시티, 오픈AI 등 미국 AI 기업들과 협력을 더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퍼플렉시티와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본 웹 브라우져와 AI 에이전트 ‘빅스비’를 퍼플렉시티 AI와 연동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S26 시리즈에 퍼플렉시티를 기본 AI 검색 옵션으로 제공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퍼플렉시티의 5억 달러(약 6900억 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는 것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삼성전자>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6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여러 AI 벤더와 논의하고 있으며,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AI 에이전트라면 누구와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퍼플렉시티 프로’ 1년 무료 구독권을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갤럭시S25 시리즈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구글 제미나이 프로를 일정 기간 무료로 제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구글로부터 운영체제(OS), AI 등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퍼플렉시티 등 다른 AI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