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양조 임성우 두 딸 임지선 임세민 갑작스레 퇴사 무슨 일이? 외아들 임우석 단독 승계로 가나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오른쪽)가 2019년 4월18일 전남도청에서 소상공인들의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 경감을 위한 '제로페이-전남' 제도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고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전라남도>

[비즈니스포스트] 호남지역 소주 업체인 보해양조는 2025년 3월26일 조영석·임지선 대표 체제에서 조영석 단독 대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임지선 전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나면서 보해양조는 전문경영인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임 전 사장은 대표 사임을 넘어 아예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사장에 이어 임 사장의 동생인 임세민 이사도 7월 퇴사했다. 

두 사람의 퇴사 이유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 쪽은 씨저널과 통화에서 “두 사람이 일신상의 사유로 퇴사했으며, 당분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임 전 사장(1985년생)은 임광행 보해양조 창업주(1919∼2002)의 손녀이자 창업주의 차남인 임성우 창해에탄올 회장(1953년생)의 1남2녀 중 맏딸이다. 

임광행 창업주는 원래 장남인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에게 보해양조를, 차남인 임성우 회장에게 주정업체인 창해에탄올을 각각 물려줬다. 하지만 2011년 보해양조가 유동성 위기를 겪자 임 회장이 형의 회사를 인수했다. 

임 회장은 장녀인 임 전 사장에게 보해양조를, 장남인 임우석 창해에탄올 대표이사 사장(1986년생)에게 창해에탄올을 각각 물려주겠다는 구도를 세웠다.

임 전 사장은 2015년 30세의 나이로 보해양조 대표이사를 맡았고 임우석 사장은 2024년 3월 38세의 나이로 대표이사가 됐다. 

막내딸인 임세민 이사(1991년생)는 보해양조에서 브랜드 전략과 기획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해 왔다. 

임지선 사퇴 이유?

임지선 전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를 두고 보해양조의 지속적인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임 전 사장은 미국 미시간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제일기획과 파나소닉을 거쳐 2011년 창해에탄올에 입사했고, 보해양조 전무이사를 거쳐 2015년 대표이사가 됐다.

취임 후 주류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CEO이자, 주류업계 최연소 CEO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탄산주 ‘부라더소다’, 매실을 이용한 하이볼 ‘순(純)’, 다시마로 만든 소주 ‘다시, 마주’, 게임회사 블리자드와 협업한 증류주 ‘악마의 영혼(DEMON’S SPIRIT)’ 등 각종 트렌드를 담은 주류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소비층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소주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대기업들의 공세가 격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대 90%에 달했던 광주·전남 지역 점유율은 2024년 30%대까지 축소됐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 인구감소까지 심해지면서 전국 점유율은 3%대로 줄어들었다. 

임 전 사장 취임 후 보해양조 매출액도 지속 감소했다. 매출은 2015년 1238억 원이었으나 2019년 758억 원까지 줄었고, 2018년과 2019년에는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2018년 단독대표로 올라선 임 전 사장이 2020년 다시 전문경영인과 함께 각자대표로 전환되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2020년 이후에는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서, 2020년 786억 원에서 2023년 931억 원까지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적자가 났던 2023년을 제외하면 흑자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임 전 사장의 사퇴 원인이 단순히 실적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지역 주류업체들의 실적이 계속해서 악화되는 추세라는 점에서, 보해양조의 실적 부진을 경영인 한 사람의 능력 부족 탓으로 돌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실적 부진이 자매가 함께 회사를 떠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의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오너 일가 내부 갈등 등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 임우석 단독 승계?

오너 3세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회사를 떠남에 따라 임우석 사장이 보해양조와 창해에탄올 두 회사를 모두 물려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임 사장은 2014년 창해에탄올에 입사해 전략기획팀 부장으로 일하다가 2015년 전무로 승진했고 2024년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임 사장은 전문경영인인 이연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부회장이 생산·안전·노무 총괄을, 임 사장이 관리·전략기획과 종합기술원 총괄을 각각 맡는 그림이다. 

임성우 회장은 2024년 임 사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주고 사내이사 자리만 지키고 있다. 

하지만 임 사장의 지분율은 아직 미미한 상태다. 임 사장은 창해에탄올 지분 1.83%를 갖고 있고 보해양조 지분은 없다. 임 회장의 창해에탄올 지분율은 23.35%다. 

다만 창해에탄올이 보해양조의 최대주주(21.49%)이므로 임 사장이 임 회장의 창해에탄올 지분을 승계한다면 두 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 

현재 임지선 전 사장의 보유 지분은 보해양조 0.04%에 그치며 창해에탄올 지분은 없다. 다만 보해양조 지분 0.43%를 갖고 있는 계열사 보해매실농원의 최대주주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