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환경교육 국회 토론회, "기후재난 알아야 대처 가능해 공무원 환경교육 의무화해야"

▲ 이재영 한국환경교육네트워크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기후대응기금에서 에어컨 설치에 배당된 예산은 1천억 원인 반면 환경교육에 할당된 예산은 0원이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에서 교육을 이어가야 하냐."

이재영 한국환경교육네트워크 대표는 한국 환경교육계가 처한 열악한 상황을 이렇게 지적했다.

한국환경네트워크, 한국교육학회, 환경교육사협회 등은 13일 염태영,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과 공동으로 서울 국회에서 '새 정부 기후환경정책 실행전략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여자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 환경교육의 실태 조명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여러 대응방안을 핵심 주제로 삼아 논의를 이어갔다.

앞서 정부는 2022년에 개정된 환경교육법을 통해 환경교육 전문가인 환경교육사 자격을 국가가 관리하고 사회환경교육기관 지정제를 도입하는 등 환경교육 기반을 갖추기 위한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환경교육은 여전히 환경부, 교육부, 해양수산부 등 여러 부처에 걸쳐 파편화된 채 시행되고 있으며 이에 포함된 내용도 총론 수준에 그치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교육 시행 예산도 여러 부처에 걸쳐 분산돼 있어 2025년 기준 총계는 약 5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환경교육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기존처럼 아이들이나 청소년들 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장, 공무원 등 사회에 이미 진출한 성인들도 포함해야 한다"며 "여기에 기후위기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노년층에 악영향을 미치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모든 것을 시행하려면 약 3천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정부가 환경교육에 할당하는 예산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라며 "탄소중립법에도 환경교육 예산 할당이 명시돼 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이 최근 들어 자주 겪고 있는 재난 상황을 고려하면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각종 예방책을 마련하려면 지자체장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의무화가 필수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이 대표는 "기후재난은 항상 발생한 곳에 또다시 발생한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언급했지만 전에 산불이 덮쳤던 곳에는 이제 홍수가 덮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도 이 와중에 재난선포지역이 포함된 일부 지자체장들은 술 먹고 노래를 부르며 지역 주민들의 고충은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부 공무원들은 아예 재난 상황을 무시하고 해외 연수까지 다녀오고 있는데 이게 다 환경교육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환경교육네트워크는 공무원들, 특히 지자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 커리큘럼을 의무화하고 이를 제대로 이수하지 않는다면 벌금을 매기는 조항 등을 개정된 환경교육법에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장] 환경교육 국회 토론회, "기후재난 알아야 대처 가능해 공무원 환경교육 의무화해야"

▲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대수 경남교육청 과학교육원 우포생태교육원장은 실질적 환경교육 개선 방안으로 유네스코(UNESCO)가 202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녹색교육파트너십(GEP) 동참을 제안했다.

녹색교육파트너십은 현재 96개국 1만6천 개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교육과정 개정, 학교 시설과 공간 개선, 교사 역량강화, 지역과 연계 협력 등 4대 과제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정 원장은 "녹색교육파트너십에 동참하면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생태전환교육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각 지자체별 교육 역량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자체별 환경교육 역량 강화 계획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 이와 같은 조치는 더욱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환경교육법에 따르면 내년 9월부터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는 환경교육계획 수립과 이행이 의무화된다. 

하지만 세부 조항을 뜯어보면 실질적으로 대상이 되는 곳은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단 22곳에 불과하다. 전체 지자체 가운데 약 10%에도 못 미치는 비중만 환경교육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게 되는 것이다.

김문옥 환경교육사협회장은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곧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역환경교육이 더 중요한데 현행 계획은 매우 미진한 수준"이라며 "문제를 인식한 지자체 담당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체 계획을 수립해 각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제출해봤지만 이조차도 중앙정부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 참석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입법부 차원에서 환경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김 의원은 "최근 들어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재난을 지켜보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들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를 통해 각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환경교육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