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이사장 김종량 강력한 오너십, 재무위기 넘었지만 브레이크 없는 양날의 검

▲ 한양대학교는 국내 명문사학 가운데 가장 오너일가의 리더십이 강력한 학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한양대학교는 창립자인 백남 김연준 이사장이 25세가 되던 해인 1939년 세운 동아공과학원을 모태로 하는 대학교다. 이후 건국기술학교로 변경됐다가 한양공과대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한양대학교는 국내 명문사학 가운데 가장 오너일가의 리더십이 강력한 학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양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한양학원의 김종량 이사장 개인의 의사가 학교 운영에 크게 관여하는 구조다.

한양대학교가 이사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운영되어 온 역사는 김종량 이사장의 아버지, 창립자 김연준 이사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 창립자 김연준, ‘불도저 리더십’으로 한양대 성장 토대 마련

한양대학교는 성장 과정에서 창립자 김연준 이사장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은 학교다. 

기술이 곧 국력이라는 김 이사장의 신념에서 국내 최초의 사립 공과대학인 한양공과대학교가 출범했고, 음악가로서의 김연준 이사장의 정체성에 기반해 1960년 한양대학교 음악대학이 설립되며 종합대학으로서 기틀을 닦았다. 

1967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설립도 김 이사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준 이사장이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던 당시,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김 이사장은 직접 설득에 나섰다.

김 이사장은 연세대학교를 예로 들며 의과대학이 발전하면 학교 전체에 긍정적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정부가 한양대학교에 의과대학 설립 인가를 내주지 않자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 직접 설득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 '약'이 되는 순간, 위기 속 결단과 책임경영

김종량 이사장은 부친의 뒤를 이어 1980년대부터 재단과 대학 경영을 총괄해왔다. 이러한 구조는 한양대학교의 특수성을 형성하는 핵심 기반으로 교육기관으로서의 독특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종량 이사장의 강력한 오너십은 한양대학교가 반복된 재정 위기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20년대 들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의료원과 계열사의 만성 적자, 등록금 동결 등 구조적 재정 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이사장은 신속한 결단을 통해 위기를 타개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2023년 한양증권 매각이다. 김종량 이사장은 한양학원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한양증권 지분 29.59%를 2203억 원에 사모펀드 KCGI에게 넘겼다.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경영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계열사 매각이라는 결단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강력한 오너십의 긍정적 면을 보여주는 일화다.

한양학원 계열사인 백남관광의 재무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김종량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순화빌딩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 것 역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비즈한국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백남관광은 김종량 이사장과 어머니 백경순 이사가 보유한 순화빌딩 지분을 담보로 2024년 5월과 12월 2번에 걸쳐 약 123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 '독'으로 작용하는 구조, 불투명성과 세습의 그림자

다만 김종량 이사장의 강력한 오너십은 사립대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해치는 '독'으로 지적받기도 한다. 학교의 운영이 개인의 의사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양학원 이사회 구성을 살펴보면 이런 점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2025년 기준 한양학원의 이사 10명은 전원 한양대학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다. 

백경순, 김용만 이사는 한양사대부속고등학교 교장, 이기정 이사는 한양대학교 총장, 오웅탁, 이재성 이사는 한양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했으며 일견 한양대학교와 접점이 없어보이는 김원중 이사(법무법인 한별 고문변호사) 역시 한양대학교 법학과, 한양대학교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했다. 

개방이사들 역시 한양대학교 의료원장, 한양대학교 교수, 한양사이버대학교 부총장 등을 지낸 인물들로 구성돼있다.

이사회 전원이 김종량 한양학원 이사장의 영향력을 직·간접적으로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김 이사장은 이사회를 향한 오너일가의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40대 초반이었던 1993년 제 8대 한양대학교 총장이 됐다. 이후 김 이사장은 무려 18년 동안 한양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했으며, 총장에서 사퇴한지 3개월 만인 2011년 7월, 한양학원 이사장을 맡았다.

한양대학교가 직면해있는 재무위기의 책임을 이야기할 때 김종량 이사장을 절대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재무위기에 고액 연봉, 공공성 논란 불붙다

한양대학교가 재무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김종량 이사장이 고액의 연봉을 받아가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는 시선도 있다.

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양대학교의 학교법인 법정부담금 부담률은 66.8%에 그친다. 

법정부담금이란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 교직원들의 건강보험료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의 50%를 납부해주는 데 쓰이는 금액으로 만약 학교법인이 이 법정부담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다면 부족분은 학교가 직접 납부하게 된다.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학진흥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한양대학교는 2023년 기준 법정부담금 기준액 209억5080만 원 가운데 139억9309만 원만 납부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고용보험 등의 부담 금액은 0원이다. 

하지만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2024년 10월23일 공개한 ‘4년제 사립대학·대학원대학 법인의 상근이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김종량 이사장은 한양학원으로부터 1억9천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학교법인의 재무위기로 법정부담금조차 제대로 납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장은 고액의 연봉을 받아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한양대학교는 이사장의 권한이 세습되는 명문 사학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곳”이라며 “창립자 김연준 이사장의 소위 ‘불도저’스타일 리더십을 김종량 이사장이 그대로 닮았기 때문에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