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대학' 연세대 투명성 기반 법인 이사회 구성, '사유화' 논란 어떻게 극복했나

▲ 연세대학교는 국내 사립대학 가운데 드물게 보이는 ‘주인 없는’ 학교다. 현재 이사장은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이 맡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연세대학교는 국내 사립대학 가운데 드물게 보이는 ‘주인 없는’ 학교다. 

사립학교법인은 이사회를 이사장 가문의 사람들로 채워넣고 그 이사회에 의해 이사장이 ‘셀프 선임’되는 방법으로 학교를 특정 가문의 영향력 아래 두는 경우가 많다. 한양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단국대학교 등이 대표적이다. 

연세대학교의 ‘영원한 경쟁자’인 고려대학교 역시 인촌 김성수의 가문에서 이사장 자리를 4대째 세습해 내려오고 있다.

이와 달리 연세대학교는 특정 오너일가의 지배를 받지 않고 이사회를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해나가고 있다. 

연세대학교의 이러한 경영상 특징은 연세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의 이사회 구성에서 또렷하게 드러난다.

◆ 현재 이사회 구조와 돋보이는 경영 투명성

연세대학교의 현재 이사회는 이사 12인과 감사 3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사장은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이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의 이사회는 사회의 각계 각층에서 어떠한 연결점 없이 모여든 인사들로 구성돼있다. 

재계 인사로는 이사장인 허동수 회장을 비롯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회장, 박은관 시몬느 대표이사 회장, 이경률 SCL그룹 회장 등이 이사로 일하고 있다.

또한 윤동섭 연세대학교 총장과 설준희 전 연세대학교 소아과 교수, 양일선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 등 학계 인사,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 이건춘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 관료출신 인사 등 다양한 배경의 이사들이 이사회에 자리잡고 있다. 

연세대학교의 창립이념 자체가 기독교적 지도자의 양성인만큼 이성희 연동교회 원로목사, 서중석 만리현교회 원로목사 등 기독교계 인사들도 포진해있다. 

재미있는 점은 연동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만리현교회는 감리교회로 두 목사의 교단이 다르다는 것이다. 교계 인사 역시 특정 교단에 치우치지 않도록 배치하고 있는 셈이다.

◆ ‘방씨 체제’ 시절, 장기집권과 사유화 논란

연세대학교가 개교 이래 줄곧 지금과 같은 수준의 투명경영을 유지해왔던 것은 아니다. 소위 ‘방씨 체제’로 불리는 특정 인물의 장기 지배 시기가 존재하기도 했다. 방우영 전 조선일보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방우영 전 회장은 1981년부터 1997년까지 연세대학교 동문회장을 지냈다. 그리고 곧바로 1997년부터 2013년까지 16년 동안 연세대학교 이사장을 역임하며 약 30년 동안 학교 운영에 커다란 권한을 행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방 전 회장이 학교를 사유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방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불거진 가장 대표적 갈등은 바로 2011년 파송이사 정관 개정 사건이다.

연세대학교는 2011년 기독교 교단의 파송이사 추천권을 삭제하고 숫자도 줄이는 방향으로 연세대학교 정관을 개정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정관 개정을 통해 학교 설립 이념을 파기하고 연세대학교를 한국교회와 무관한 학교로 전락시켰다”고 반발했다. 

이훈삼 NCCK 정의평화위원회 국장은 “정관개정을 통해 설립정신을 무너뜨리고 방우영 이사장과 측근의 학교로 사유화됐다”고 정관 개정을 비판했다.

여기에 연세대학교의 설립자인 언더우드 선교사의 후손들, 연세대학교 신학대학 동창회까지 성명서를 내며 방 전 회장에 대한 비판에 동참했다. ‘연세대사유화저지를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는 방 전 회장의 연임을 두고 연임 무효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 변화의 분수령, 2013년 방우영 퇴진과 이사회 재구성

2013년, 연세대학교 이사회는 전환점을 맞았다. 방우영 전 회장이 정기이사회 개최 당일 갑작스럽게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소위 ‘방씨 체제’가 막을 내린 것이다. 

당시 교육계에서는 방 전 회장의 퇴진을 학내외 압력과 사회적 비판이 쌓인 결과물로 해석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후임 이사장으로는 김석수 전 국무총리가 선임되었으며, 새 이사진에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4대손, 재계 인사인 허동수 회장 등이 포함되면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대표성이 크게 확대됐다. 

김 전 총리는 2013년 4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제 9대 연세대학교 이사장으로 일했다. 이후 2017년 2월 현재 이사장인 허동수 회장이 이사장 자리를 맡게 됐다.

◆ 투명성 속 남은 그림자와 비판의 목소리

다만 한쪽에서는 얼핏 투명한 것처럼 보이는 연세대학교의 경영에도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2011년 정관 변경 사건과 관련해 방 전 회장의 대학 사유화 시도라고 비판하면서도 기독교계의 지나친 독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실제로 연세대학교처럼 교단파송 이사가 있었던 이화여자대학교는 1975년부터 교단파송 이사를 받지 않고 있다. 법원 역시 연세대학교의 정관 변경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학교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하고 있었던 한 회계사는 “당시 학생사회에서 방 전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도 상당히 강했지만, 교회가 연세대학교에 해준 것이 무엇이냐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고 회고했다.

조선일보 오너일가인 온양 방씨의 영향력에서 연세대학교가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연세대학교는 2024년 10월29일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에게 언론홍보영상학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를 두고 연세대학교 교내 언론인 연세춘추는 “공감대가 결여된 명예박사학위 수여는 유감”이라며 “명예박사학위의 수여는 우리대학교 구성원의 의사를 수렴하는 최소한의 논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윤휘종 기자